매일신문

이회창총재 회견 의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17일 연두 기자회견은 정권교체의 당위성과 의지를 부각시키고 수권정당으로서 국가경영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당내 최대 현안으로 부각돼온 당권·대권 분리론 등 당내 개혁문제에 대해선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면서원론적이면서도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비쳐 이를 강력하게 요구해온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당내 개혁 등 정치혁신 문제에 대해선 사안의 민감함을 의식한 듯 원론적인 언급으로 일관했다. 즉 "한국정치의 시대적 과제는 국민 우선의 정치로 거듭나는 데 있다"며 "국민들은 부패정치, 지역정치, 가신정치, 보복정치, 인기영합정치의 종식을 원하고 있다"는 식이었다.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총재직의 분리는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야당인 이상 당장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덧붙였다. 때문에 분리시기나 집단지도체제 도입 여부 등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당내에선 이 총재가 집권후 '적절한' 시기에 당·대권을 분리하는 쪽으로 적극 검토중이라는 얘기가들렸으며 지난 16일엔 취임후 6개월내 이행하는 데까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졌으나 막상 회견에선 언급이 없었다.

정치혁신이라는 대세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이를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고민의결과로 비쳐졌다. 즉 비주류측 요구대로 전당대회 전 당권과 대권을 분리할 경우 무엇보다 후보와 당대표간의 갈등표출 우려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선 후 분리로 선을 그을 경우 비주류 측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때문에 "국가혁신위와 선택 2002준비위에서 당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정치혁신과 공정한 선거를 위한 검토를 진행중"이라고만 밝히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국정을 혁신한 뒤 반듯한 나라를 만들고 활기찬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기필코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라며 심각한 빈부격차와 중산층 붕괴 등의 상황을 지적하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변해야 산다'는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어 △경제살리기 △국민우선의 리더십 △원칙있는 대북정책 △법과 원칙의 지배 등 그동안 강조해왔던 내용들을 종합하는 형식으로 집권 청사진까지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강력한 리더십으로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우리 경제를 다시 올려놓아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국민들에게 안정된 일자리와 따뜻한 복지를 제공하고 무너진 교육과 국민건강을 일으켜 세우는 한편 법과 원칙의 바탕위에 새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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