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소 병원 도산 속출

중소병원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경영악화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중소병원이 속출, 전국적으로 10곳 중 1곳꼴로 도산했다.

이같은 현상은 전국민의료보험 시대에 접어든 90년대 들어 크게 늘어난 중소병원들이 시설·인력·의료기술 측면에서 앞선 대학병원과 의약분업이후 급증하는 동네의원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941개 병원 및 종합병원 가운데 경영난으로 문을 닫거나 경영권을 넘기는 등 도산한 곳이 77개(8.1%)에 달했다.

병상 규모별로는 100병상 미만이 57개로 가장 많았으며, 100~200병상이 13곳, 200병상 이상이 7곳이었다.도산 사유로는 경영악화(부도 포함)가 28곳으로 제일 많았고, 경영권 양도 12곳, 휴업 10곳이었다.

이들 가운데 병상을 줄여 종합병원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의원으로 등급을 낮춘 경우가 25곳이다.대구에서는 48개 병원 가운데 4곳(8.3%)이, 경북에선 51곳 가운데 3곳이 도산했다.

대구시내에서 100병상 규모로 10여년 진료해온 ㄱ병원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했으며, ㄴ병원은 설립 5년만에 경영권을 넘기고 손을 뗐다. 이 병원은 치매 중풍 요양전문병원으로 바뀌었다.

대구의 한 유명 종합병원은 전문의 이직과 환자 감소를 감당하지 못해 병원으로 등급을 낮췄다. 이같은 중소병원의 도산사태는 인구에 비해 과다한 병상공급, 중소병원의 수입감소와 지출증가 등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2차 의료단계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병상수가 이미 514개에 이르러 세계보건기구(WHO)권장치인 300병상을 크게 상회, 중소병원의 병상가동율이 70%내외로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또 의사수는 1만명당 15.5인으로 선진국 수준이지만 개업열풍으로 중소병원의 전문의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의사 인건비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중소병원들이 특정 진료과목이나 질병에서 대학병원과 경쟁할 수 있는 의료기술을 갖추지 못하면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중소병원의 진료공동화는 대학병원의 병상난 가중, 국민 의료비 지출의 증가, 의료자원의 낭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 정부에서 중소병원을 전문병원화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유도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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