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더 濁한 '민선 2期'

부패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DJ정부가 임기 마지막에 빼든 반(反)부패의 칼날 때문에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또 한차례 추위를 타게 생겼다. 그것도 강추위. 그래서 지금 행세깨나 한다는 인사들은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기분'이라는 어느 정치인의 말을 무릎 치며 실감하고 있다.

까딱 잘못해 교도소 담 안쪽으로 떨어지면 감방신세요, 요행히(?) 밖으로 떨어지면 퇴근해서 '아침 먹은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서글픈 우스개다.

▲그러나 최소한 공사(公私)를 구분할줄 알고, 옳고 그름의 기본양식만 갖고 처신한다면 그리 불안에 떨 세상은 아니다. 공직자들이 그 기본에서 '너무 벗어났기 때문에' 자신 망치고 나라까지 망치는 것이다. 이용호·정현준·진승현·윤태식-성(姓)도 각각 다른 이 4대 게이트에 묻힐뻔한 통계자료 하나가 눈길을 끈다. 행자부가밝힌 민선2기(98년7월~2002년6월) 단체장들의 사법처리사례는 '게이트'에 못잖은 불법·부정으로 얼룩져 있다.

▲뇌물·선거법 등에 연루돼 형이 확정된 민선2기 단체장 수는 39명으로 1기때의 23명보다 무려 70%나 많다. 현재 재판중이거나 조사중인 5명을 포함하면 100% 불어나는 셈. 이중 뇌물사건이 확정된 경우만 18명인데, 이 속에 경북지역 자치단체장이 최다(最多), 3분의 1이 끼어있어 더욱 부끄럽다.

영천의 경우는 보궐선거로 새시장이 들어섰지만 성주·칠곡·울릉·울진 군수는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이라 보궐선거도 없이 공석인채로 6월 선거를 맞게돼 공인(公人) 한사람의 잘못이 행정에 끼치는 폐해가 엄청 큼을 증명한다. 현재 뇌물수수혐의로 조사중인 영덕군수의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영덕군도 휘청거릴판이다.

▲내년 민선3기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탁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2기 단체장 248명 중무려 44명이 인사·공사입찰·인허가 등과 관련한 비리로 몸을 다치고 행정에 문제가 생겼다면 벌써 그 대책은나와 있어야 했다.

국회가 '임명제 전환'식의 발상으로 옛날만 그리워할 때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이 의회나 집행부에 대한 유권자 통제의 부재(不在)에 있는 것이라면 '주민소환제'같은 감시·견제의 시스템이 차제에 나와야 하지않을까.임기중 용서할수 없는 비리를 저질렀다거나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주민투표에 의한 단체장 경고는 필요한 것이다.

투표에서 부결되더라도 효과는 엄청나다. 신승남 검찰총장이 국회의 탄핵을 피했다해도 탄핵소추를 당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치명상을 입듯이 말이다. 서울 어느 구청장도 고백했듯이, 구청장의 표창장이 남발되고 불법주정차 단속이나 위생업소 불법적발 같은 질서행정이 거의 외면되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임에랴.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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