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민주당 정동영 고문은 17일 자신을 '쇄신의 적임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성 정치를 상명하복, 일사분란, 제왕적 지배라는 3김 정치의 산물로 보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3김의 아류'로 규정했다.
"국민들은 이미 변화의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정치혁명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의 사림(士林)을 중심으로한 학자정치가 조선 중흥기를 구가했듯 영남권에 내재된 지성의 뿌리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산업화의 저력은 바로 21세기형 모델의 근원이라고 했다.
- 출마의 변은.
▲변화의 기폭제가 되겠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쇄신을 할 수 없다. 새로운 사고로 무장한 새로운 사람이 정치와국가를 쇄신할 수 있다. 정당쇄신에 이어 정치쇄신과 국가쇄신이 필요하다. 선거에 뛰어든 게 아니라 쇄신을 하기 위해 출마를선언했다.
-정치적 경륜이 짧다는 지적도 있다.
▲CEO 대부분이 50대다. 하지만 정치인 중엔 50세 이하가 별로 없다. 심각한 불일치다. 정치권도 젊어져야 한다.세상의 중심이 바뀌는데 정치만 그렇지 않다. 경륜만 따진다면 전직 대통령이 다시 나서야 한다.
- 바른정치란 무엇인가.
▲민심이다. 여론은 영합적이나 민심은 주인(국민)의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소리가 아닌가. 포퓰리즘과는 차원이 다르다.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지적 유연성을 강조하는데 우리 사회에 과연 유연한 리더십이 가능한가.
▲화석처럼 굳은 경직성에 권위주의로 딱딱해진 정쟁의 정치가 계속되면 20세기초와 같은 불운한 나라가 될 것이다. 우수한 인력이 어느 시대보다 넘쳐난다. 그 잠재력을 폭발시켜야 한다.
43살의 케네디가 대통령이 된 것은 당시 미국에서조차 파격이었다. 불과 1천30일만 대통령직에 있었지만 국가쇄신에 대한 슬로건과 실천이 국민의 가슴을 때렸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냉전의 절정기를 극복한 케네디 대통령의 리더십은 유연성('말랑말랑한 리더십')에 있다. 새마을 운동의'잘살아보자'는 슬로건이 국민의 가슴을 때려 이만큼 온 것이 아닌가.
-이회창 대세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3김 청산은 3김 정치의 부정적 요소와 단절하느냐에 있다. 이 총재는 3김 정치의 아류다. 대세론은 국민희망과 배치된다.3김 정치를 원하는 국민은 없지 않나. 이회창 대세론은 경직된 정치, 고집불통의 정치를 의미한다. -국민 예비경선제가 이회창 대세론을 꺾을 수 있나.
▲정치실험이 돌풍을 일으켜야 한다. 돌풍이 없다면 민주당에 희망은 없다. 불꽃처럼 예측불가능한 선거가 돼야 한다. 정치혁명을 갈망하는 국민 가슴에 불을 붙여야 한다. 국민들은 이미 준비가 돼 있다.
- 이 총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 총재는 세풍에서 보듯 돈에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대선자금 문제를 제대로 제기해야 하며 국회 정개특위에서 이번 대선자금문제를 공론에 부쳐야 한다. 국민우선 정치를 내세우면서도 '집권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이율배반이다.
-영남권 대의원수가 민주당 대의원의 30%에 달한다. 득표전략은.
▲지역이라는 낡은 틀이 건재하는 한 정동영은 존재할 수 없다. 정동영의 의미는 낡은 틀을 뛰어넘자는데 있다.내가 대구출신이라 해도 똑같은 얘기를 할 것이다.
-16대에서도 영호남의 표심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순진한 발상이 아닌가.
▲더이상 낡은 틀에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국민들도 직감하고 있다. 지금은 시대정신의 대전환기다.
- 당내 지지세가 어느정도인가.
▲기성정치에 국민들은 날마다 실망하고 절망한다. 세력·기반·조직은 모조리 돈과 관련있다. 그런 것을 거부한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이는 많다.
-기성정치를 점수로 매긴다면.
▲정치인의 수준이 그 나라의 수준이다. 나를 포함해 빵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보나.
▲유신시절 청년기를 보낸 정치인으로서 박 전 대통령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도자의 비전이나 통찰력 면에서 놀랄 때가 많다. 지난 76년 설립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그 예다. ETRI의 출발은 미미했으나 반도체, 휴대폰, 전화교환기 등 오늘날 IT산업의 산실이 됐다.
-대구·경북지역 유권자에게 할 말은 없나.
▲지금은 국가중흥의 기회다. 그 힘은 지식국가에서 온다. 영남사림을 중심으로 한 조선의 힘이 학자정치에서 왔듯TK에 내재된 지성의 뿌리와 박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산업화의 저력이 바로 21세기형 국가모델에 필요한 근원이다.깨끗하고 유능한 정부의 구성인자인 대구·경북이 우리 정치를 바꿔야 한다.
대담=서영관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정리=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신상명세
△출생=1953년 전북 순창
△학력=서울대 국사학과, 영국 웨일즈 대학원 석사
△경력= MBC 기자, 15·16대 총선 전국 최다득표 당선 , 국민회의 대변인(96년), 민주당 대변인(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2000년)
△가족관계=부인 민혜경(47)과 2남 △병력=육군 병장제대
△재산=6억1천만원
△집=60평 아파트 전세
△종교=가톨릭
△취미=영화감상, 축구
△좌우명=구동존이(求同存異-이견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이익을 추구한다)
△애창곡=아침이슬(양희은)
△존경하는 인물=케네디, 김구, 정약용
△감명깊게 읽은 책=산에는 꽃이 피네(법정스님),리콴유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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