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공부 잘하고 못 생긴 여자는?' 독한 여자. '공부 잘하고 예쁘면?' 참한 여자. '예쁜 여자가 무단횡단하면?' 바쁜 여자. '못 생긴 여자는?' 교통법규를 어긴 여자.

여자스타가 되기 위한 조건도 그렇다. 우선 예뻐야 한다. 연기력이고 가창력이고 개성은 다음이다.가수든 개그우먼이든 예쁘지 않으면 일단 불리하다.

남자들의 '잘 생긴 여성 밝힘증'은 150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다. 하지만 옛날 조상들의 증세(?)는지금과 달랐다. 육감적 몸매와 미모가 자기와 닮은 개체를 만들어 종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믿었다.

여성은 '엉덩이가 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고 잘록한 허리를 좋아한 것도 그것이 미감으로 히프를 커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미모는 한마디로 '어려 보이는 것'. 여성의 미모에 집착한 이유는 어려야 출산능력이 뛰어나고 완벽한 생식의 조건을 가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한때 출연하는 영화마다 외설시비를 부르며 전 세계 남성들의 애간장을 끓게 했던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 도중 무례함을 보이자 한국언론은 그녀를'늙은 여배우'라며 비난했다.

미국판 'O양 비디오'의 주인공 파멜라 앤더슨은 신혼여행지에서 촬영한 섹스 비디오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더욱 유명해진 여배우.하지만 그녀를 정작 유명하게 만든 것은 풍만한 가슴과 터질 듯한 히프, 그리고 수많은 남성편력이다.

한국의 파멜라 앤더슨으로 불리는 글래머 스타 김혜수는 카메라를 정면에서 찍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실제 얼굴이 다른 여배우들의 얼굴보다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시골간이역에서 흔히 만남직한 자그마하고 평범한 아낙의 모습이다.영상보다 실제가 훨씬 더 예쁜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탤런트 김사랑의 부모님도 그렇다. 시골학교 서무과장인 그녀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남자의 평균키보다 훨씬 작다. 어머니 또한 아버지의 키와 같고 외모도 유별나지 않다.

소설가 전경린은 '우리시대의 성이 너무 남루하다'고 했다. 남자들이 예쁜 여성을 밝히는 것은 생식본능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요즈음 자식을 낳기 위해 여성을 만나거나 예쁜 여성만이 아이를 잘 낳는다고 믿는 남성이 있다고 믿어지지는 않는다.이제 미인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미인에게도 세월은 비껴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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