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리사채 못갚아 패가망신

도박 열풍이 불고 있다. 도박이 성행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겨울은 유독히 심한 양상이다.

속칭 아도사키, 바둑이, 도리짓고땡, 사기도박까지 등 유형도 가지가지. 손쉽게 한몫 잡으려고, 혹은 재미삼아 뛰어든 도박판에서 숱한 사람이 망가지고 있다.

△도박단속=안동경찰서는 최근 한달사이 3건의 도박판을 적발해 상습도박피의자 26명을 구속하고 31명을 입건했다. 이외 영양, 문경 등 경북북부지역에서 단속된 도박사범은 50여명에 이른다.

또 안동경찰서는 시내에서 전문도박꾼 2, 3개파들이 부녀자와 자영업자 등을 끌어들여 억대 도박판을 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 중이다.

△도박판 백태=지난해 11월 21일과 지난 3일 안동경찰서에 적발된 아도사키 도박판의 경우 도박장 개장자인 속칭 '하우스'와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꽁지', 판돈을 정산해 분배해주는 '총무' 가 있는 전문도박판.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농막 등에 도박장을 열고 '문방'이라는 보초를 2중으로 세웠다. 형사들은 단속 때 이들의 경비를 따돌리려고 우유운반용 냉장차에 숨어 현장에 접근했다.

지난해 6월과 7월 문경과 영주에서 잇따라 검거된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포커 사기도박은 이후 추가로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피해자=부녀자들이 단속된 사람 중 절반이 넘었다. 친구를 따라 우연히 도박판을 구경갔다 구렁텅이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패가 망신은 필연. 가정주부 이모(38.안동시 남부동)씨는 적금 2천만원을 다 잃은 후 빌려 쓴 고리 도박자금을 갚기 위해 가출, 다방종업원으로 일하며 다시 도박을 하다 단속됐다.

이씨는 도박을 자신의 의지로는 도저히 끊지 못하는 '마약' 이며 같은 처지의 부녀자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담배와 추곡수매 돈을 모두 날려버린 농민도 많다. 청송군 파천면 박모(52)씨는 대구의 원정꾼들과 어울리다 담배수매 대금 1천500만원을 모두 잃어 냉가슴만 앓고 있다.

△근절책은 없나=안동경찰서 박종수 형사계장은 "경찰의 단속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도박열풍은 한탕주의 풍조가 만연하는 사회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아 당국의 건전한 놀이문화 조성은 물론 개인들도 유익한 여가생활 찾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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