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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농민 사기 꺾는 '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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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갈수록 내리막인데 생활물가는 치솟으니 농민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정부정책에 대해 농민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지출은 계속 증가토록 강요되고 있지만 농업 정책은 오히려 농업 포기를 유도하는 것 같아 견디기 힘들다는 것.

◇농업을 포기하라는 소리인가=한 해 농사 계획을 세우고 영농교육 참가 등으로 새 농업기술을 얻으려 분주해야 할 농민들이 올해는 모여 앉으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농업정책들은 하나같이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으로 밖에 안들린다. 대체작목 개발과 농업 지원책은 전무하고 오로지 쌀 등 농사를 포기하라고만 하지 않느냐?" 영양읍 김대현(64)씨는 평생 농사 지었으나 5천만원이 넘는 빚만 안고 이젠 농사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숨 지었다.

논 3천여평과 밭 2천500여평을 갈아 자녀 3명을 공부시켜 왔다는 김씨는 최근 드러난 정부의 농지 관련 정책을 봐도 장래가 절망적이라고 했다. 벼 재배면적을 작년 108만3천ha에서 100만ha로 줄이고 천수답 등 한계농지 5천ha에 다른 작목을 심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작 보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 그 증거라는 것.

영양 농업경영인회 남석철(54)씨는 "지금도 매년 1만~2만ha의 논밭이 전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지전용 규제를 더 푸는 것은 농업 기반을 붕괴시키려는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업자들만 배불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5만여ha의 휴경 논에 대한 벼 재배를 중단시키고 밭벼는 수매조차 중단하며, 300평 이하의 농지 취득 제한은 해제한다고 밝혀, "한마디로 농지에 쌀 농사보다는 아파트나 공장.러브호텔을 지어라는 것으로 들린다"는 얘기였다.

전국 농지는 30년 전보다 40여만ha나 줄어 국토의 19%인 190여만ha로 감소했고, 영양지역에선 일년 사이에 논이 15ha나 줄어 5천675ha로 감소했다.

권재한(58.입암면 산해리)씨는 "영양의 대표적 작물 중 하나인 담배도 민영화된 담배공사가 품질 위주 수매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앞으로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됐고, 고추마저 중국산에 밀려 희망이 없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쌀 농사마저 포기해야 한다면 농촌은 멀잖아 황폐화될게 뻔하다"고 했다.

◇생활 물가는 폭등세=농업 여건은 이렇게 나빠지는데도 생활 물가는 오르기만 해 가슴이 더 답답하다고 농민들은 말했다.

쌀값 등 대부분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거나 겨우 제자리 걸음을 하는 반면, 대학 등록금, 학원비, 유치원 교육비 등이 이미 올랐거나 인상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또 작년 말과 올 연초부터 각종 공공요금과 서비스 요금이 오르고 있어 영농기를 앞둔 농업인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작년 말 교육부는 교육여건 개선과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올해 국립대와 교육대 등의 입학금.수업료 등 등록금을 작년보다 5%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10년 동안 등록금 평균 인상률이 9.6%에 달하는 주요 사립대의 등록금도 평균 6~9% 인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대학생 자녀를 둔 농업인들은 올 한해동안 등록금만으로도 학기당 20만~40만원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고, 서울 등 대도시로 유학 보내면 월 30만원 안팎의 하숙비에다 점심값.책값.용돈 등 매달 60만~70만원을 부담해야 할 실정이다.

여기다 영양지역 경우 이미 목욕비 200원, 커피 등 차값 100~300원, 등초본 발급비 20원 등 각종 서비스 및 공공요금이 인상됐으며, 군청 구내식당 500원, 시중 식당의 소고기.돼지고기 값 25~50% 등 음식비도 치솟았다.

농촌지역 학원비도 과목당 4만원선에서 5~10% 오를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사설 유치원 교육비 인상 움직임도 있으며 심지어 상하수도료까지 인상되고 있다. 또 담배값 200원, 우편요금 20원, 철도.항공 등 교통요금 5~6% 인상이 예고돼 있다.

대학생 자녀 2명을 둔 이정현씨(59.영양읍 서부리)는 "1명당 학비로만 일년에 무려 1천여만원이 들어간다"며, "작년에 심었던 배추.수박 값이 연이어 폭락해 인건비도 못 건졌고 쌀값마저 떨어져 등록금 마련 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또 "연초부터 각종 요금이 인상되면서 조만간 영농철과 맞물리면서 심각한 돈 가뭄이 빚어지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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