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르포-'황금작목' 변신의 안팎

올 겨울은 사과가 끊임없이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1997년 이후 중단됐던 대만 수출이 재개됐다는 큰 뉴스(본지 지난달 28일자 보도)가 있은 뒤 사과 값이 치솟고 그때문에 이번엔 수출용 사과를 못구해 애태우는 일까지 벌어진 것.

반면 값이 오르자 일부에서는 외지 사과가 유명한 특산품으로 둔갑해 팔려 생산농들이 갖가지 방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작년 이맘때 가격 폭락으로 천대받던 사과의 형편이 전혀 달라진 것.

◇줄 잇는 대만 수출=작년에 389t을 일본.싱가포르.러시아 등으로 수출했던 문경지역의 사과농가들도 올해 대만 수출에 나서, 능금조합 문경지소가 지난 10일까지 수출 대행업체 명성상사를 통해 105t을 보냈다. 문경에선 튜립무역이 또 수출용 60t을 요청, 지난 13일 30t을 선적한데 이어 31일까지 나머지 30t을 보낼 계획이다.

꿀사과 150t을 대만으로 수출키로 했던 영주에서도 이미 1차분 선적이 이뤄졌다. 또 경북통상.영성상사.정안농산 등도 이달 들어 대만으로 815t(150만9천달러)을 수출했으며, 경북통상은 17, 18일 이틀간에도 능금조합 영주지소에서 각각 15t씩 수출용으로 내보냈다.

능금조합 문경출장소엔 벌써 올 가을 수확분 예약이 밀려 올해는 500t 이상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경북도청은 도내 전체에서 총 1천500여t이 대만으로 수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농림부는 대만의 WTO 가입으로 사과 관세율이 50%에서 20%로 낮춰져 수출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치솟는 사과값=지난해 흉작에다 대만 수출까지 재개된 뒤 상승하던 사과 값(본지 지난달 18일자 보도)은 새해 들어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물량 확보전에다 설을 앞둔 상인들의 수매도 증가했기 때문.

경북도청이 서울 가락동 시장 사과 값을 조사한 결과, 지난 5~11일 사이 평균치는 15㎏ 상자당 3만2천250원에 달해 일주일 전(3만1천120원)보다 4%로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6천500원)보다 95%나 치솟고 평년가격(2만4천120원)보다도 34%나 높은 가격이다.

능금농협 박용길 영주지소장은 "사과수출 이후 요즘 농가 저장고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41~60개들이 상자(15㎏)당 3만~3만5천원에 이른다"며, 보름 전보다도 3천~5천원씩 올랐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가락동 시장에 사과를 출하했던 김명동(44.영주 단산면 옥대리)씨는 "지난달만 해도 상자당 2만원선이던 중하품 값도 최근 3천~4천원 올랐다"고 전했다.

박찬문(48.순흥면 덕현리)씨는 "대만으로 사과 수출이 재개된 뒤 산지 수집자가 증가했지만 수출용 봉지 씌운 사과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해 출하를 않고 있다"고 했다.

청송군 농업기술센터 심장섭 경제작물 담당은 "지난해 봄 개화기 때의 가뭄, 저온현상, 재배면적 감소(4%) 등으로 생산량이 23%나 감소한 것이 값 상승의 한 원인"이라 했고, 서울 뉴코아 백화점에 납품하는 이승욱(61.청송 현서면)씨는 "대만 수출 때문에 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짜 상표 큰 타격=이런 가운데 청송지역 농민들은 또다른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대구.부산에서 팔리는 일반 사과들이 '청송 꿀사과'로 둔갑되고 있다는 것. 농민들에게는 "부산서 판매되는 상자당 70~80개들이 사과 상당량이 청송 꿀사과로 선전되면서도 1만원씩의 헐값에 팔리고 있다"(부산 권칠홍.50.건설업)는 등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때문에 농민들 외에 군수.군의원들까지 나서서 외지 사과가 청송으로 들어와 둔갑돼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역내 사과공판장과 군 경계지점 등을 누비고 있다. 청송사과가 일반 사과보다 상자당 6천~1만1천원까지 비싸게 팔리자 악덕 상인들이 청송으로 몰래 외지 사과를 반입해 청송사과 상자로 재포장.반출한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 군청은 8개 단속반을 편성해 운영 중이며, 꼭두방재(청송 현동~포항 죽장 사이) 노귀재(현서~영천 삼창) 산막재(현서~의성 사곡) 가랫재(진보~안동 임동) 황장재(진보~영덕) 월전검문소(진보~영양) 등에는 임시 검문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윤상호.김진만.김경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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