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약한 자여, 너의 이름은 여자'라고 독백하면서 어머니의 연약함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햄릿의 독백처럼 과연 여자는 연약한 존재이기만 할까.
그리스 신화에는 제우스 대신의 본처 헤라 여신이맹렬여신으로 그려져 있고, 우리의 고전 '이생규장전'에 나오는 주인공 '최랑'도 그에 못지 않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관념이 여지없이 깨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남자는 약하고 여자는 강하다는 '약남강녀(弱男强女)'론이 설득력을 얻기까지 한다.
▲근래의 광고들만 봐도 세태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동양생명의 한 광고에는 '군대 가도 변하면 안돼'라고눈물을 흘리며 호소하지만, 정작 입영열차를 타는 사람은 탤런트 원빈이 아닌 그의 여자친구였다. 세종증권 광고에서도영화 '박하사탕'의 남자 주인공인 설경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아기를 목욕시키고, 대한펄프의 생리대 광고에 나온사람은 남자 탤런트 고수였다.
▲대학 학과에 '성(性) 파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 대구 지역 전문대 입시에 간호과의 경우 영진전문대학은 응시자 66명 중 23명이 남학생으로 30%가 넘는다. 대구보건대학도 10%를 넘어섰고, 영남이공대학은93명 중 11명이 남자다. 대구보건전문대학의 뷰티코디네이션과에는 남자가 23명이나 지원했으며, 대구산업정보대학의 조리과엔 지원자 88명 중 52명, 식품영양과는 9명 중 5명, 패션디자인과는 16명 중 5명이 남학생이다.
▲여학생 선호 학과에 남학생 지원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와 함께 소방 관련 학과 등 주로 남학생들만 가던학과에도 여학생이 몰려드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대구보건대학 소방안전관리과에는 여학생이 무려 22명이나 지원했으며,산업안전보건과에도 5명 가운데 여자 3명이 원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난으로 이색적인 직업을 찾는 경향이뚜렷한 데다 성별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학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우리 문화의 특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파괴 신드롬'이다. 그 중에서도 남성 또는 여성의 고유 업무나 직종으로 여겨졌던 분야에 '성 파괴' 바람이 거세다. 여성 고유의 영역처럼 생각됐던 직종에 남성 진출이 눈에 띄고, 남성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직종에 여성 채용이 두드러지는 현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남녀를 막론하고 자기의 소질에 맞는 직업을 택할 수 있다면 직업 선택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우려되는 건 '약남여강' 심화 현상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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