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음식쓰레기 15조원'

조선조 시대 임금님에게 올리는 진지상인 수라상(水刺床)은 하루에 다섯번이나 올렸다고 한다. 정식 수라상은 아침.저녁 두번. 아침수라 이전에 올리는 초조반상, 점심의 낮것상, 밤의 야참으로 이어진다.

아침수라는 현재의 시간으로 치면 오전10시, 저녁수라는 오후 6시였다. 초조반상은 해가 뜰 즈음에 들어가는 상이며 아침수라 이후는 낮것상으로 점심에 해당한다. 야참을 포함한 이 '간이 수라상'은 떡.과자.화채 등이 올려지는 깔끔한 후식(後食)으로 보면 별 무리가 없을 성 싶다. 어쨌거나 임금님의 수라상은 풍성함의 극치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음식의 특징은 물기가 많다는 점일게다. 탕이나 신선로 등은 대표적으로 뜨끈한 국물이 입맛을 돋우는 먹을거리로 친다. 찌개류라든지 무국은 물이 절반이 넘는 기본 반찬에 속한다.

중국에 비하면 훨씬 뒤떨어지지만 가짓수도 서양음식과 비교하면 훨씬 앞선다. 습기나 가짓수가 많아 우리음식은 보관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먹다 남은 음식을 곧장 버릴 수밖에 없다. 눈요기용으로도 간혹 차린다는 우리의 음식 습관은 낭비성도 엿보게 한다.

▲한해에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15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연간 자동차 수출액인 14조5천억원(99년 기준)보다 많은 것이라니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다.

이돈이면 서울 상암동에 지은 월드컵주경기장 73개를 지을 수 있다. 지난 99년 국민한사람에게 매일 공급된 음식물이 1천509g이었으나 섭취한 양은 1천143g에 불과했다. 하루평균 1만3천240t의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진 꼴이니 이는 1천158만명분의 식사를 땅에 묻은 셈이다.

▲음식쓰레기는 엄청난 자원낭비다. 버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악취 등 환경문제, 처리 비용까지 합치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행태는 바로 잡을 일이다.

음식을 먹는 사람의 습관을 고쳐야 음식낭비가 없어진다. 되도록 양에 맞춰 주문하고 되도록 모두 먹는 습관을 어릴때부터 길러야 '음식물쓰레기 대란(大亂)'을 막는 지름길이다. 음식을 버리면 하늘이 노(怒)한다는 옛말은 오늘을 경고한 것이 아닌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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