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의학전문대학원 도입방안은 전근대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의 의사 양성체제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의.치의예과에 입학하면 자동적으로 본과에 들어가는 폐쇄적인 의사 양성 체제를 허물고 다양한 소양을 갖춘 의료인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의학전문대학원 4년 과정을 통과하면 의학석사를 받고, 의사면허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뒤 전문의 수련 과정을 거쳐 임상 전문의가 되거나 학술 학사과정을 밟아 의학박사 학위를 따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점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의 의학전문대학원 기본 모형을 보면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눈에 띈다. 고교 졸업후 의예과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자동적으로 본과에 진입시키는 폐쇄적인 의사 양성체제를 개방해 다양한 학부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을 의학전문대학원에 받아들여 의사로 길러낸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2년 이상 대학 재학 과정을 통해 90학점 이상을 얻어 의학교육 입문시험(MEET)에 합격하면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허용함으로써 학부생들의 이동이 매년 발생, 다른 학문분야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비 인기학과 기피현상과 기초학문 위축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고시 열풍'처럼 대학진학 후 의학전문대학원의 문을 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전문대학원 열풍'이 불 가능성이 높아 학사운영의 차질과 혼란을 빚을 우려도 있다.
이 제도는 지난 96년부터 정부가 법과대학원과 함께 추진하려다 기득권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된 적이 있다. 기초학문 고사에 대한 우려와 그것에 대한 방안이 확실히 서 있지 않았던 점도 지금까지 이 제도가 표류한 원인 중 하나이다.
대학입시에서 특정 학과에만 우수 학생들이 몰리고 대학입학 후에도 학생들이 자기 전공학문을 공부하기보다는 취업 위주의 공부에 매달리거나 고시 열풍에 휩싸이는 현행 대학교육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찬성한다.
그러나 전문대학원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 인문.사회.자연대 3개 단과대학 학장단이 기초학문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선 기초, 후 실용학문'의 학제 개편안은 주목할 만하다.
교육자원부는 이 제도의 도입에 앞서 여러 의견을 청취, 올 연말쯤 최종 확정해 2003학년도에 도입할 것이라 한다.
의견 청취 과정에서 대규모 학생 이동에 따른 학사운영 혼란, 학부제의 문제점 심화, 전문대학원 진학 열풍 등의 부작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충격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강문(새천년 대구경제복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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