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술 익히니 취업 걱정 없어요

이원호(32)씨는 '늦깎이' 신입사원이다. 취업전선에서 환갑으로 불리는 '서른'. 하지만 '기술'은 자신있다는 이씨 앞에 나이는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인문계 고교졸업후 10년 가까이 허송세월을 보냈던 이씨가 취업문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2년전 대구기능대학입학이 큰 역할을 했다. 고교에서조차 문과반에서 공부했었던 이씨는 사실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무원 공부도 해보고 여러 길을 모색해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년을 허송세월했죠".군제대 후 친지 소개로 알게된 울산 현대중공업 직업훈련소에서 이씨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기계정비를 배우며엔지니어로서의 새 삶을 체험하게 된 것. '기름 묻히는 일'은 난생 처음이었다.

기술익히는데 푹 빠져버린 이씨는 2000년 봄 대구기능대학 컴퓨터응용금형과에 입학했다. 체계적인 기술공부를 위해서였다.서른에 대학에 들어가겠다니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하겠다는 의지앞에 주위의 반대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대구기능대학 입학후 성적은 승승장구였다. 준비된 학생앞에 아무도 당할 수 없었다.

다음달 졸업하는 이씨의 학점은 4.5점 만점에 4.44점. 수석졸업이다.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하는 이씨에겐 '노동부장관상'이라는 졸업선물이 다가왔다. 초등학교시절 개근상을 받아본 경험이 전부인 이씨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큰 상.이씨는 취업에 실패하고 낙담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생각을 고쳐먹으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고 했다.

기술에 전혀 흥미가 없었던 문과출신 이씨도 기술을 익힌 결과,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공장에 가서 일한다는 것은 무조건 힘든 일로 치부해버리는 선입관이 가장 무서운 함정입니다. 우선 편한 것을 찾다보면 아무런 열매도 얻을 수 없어요".

이씨는 한때 편한 것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도했던 자신의 과거를 떨쳐버리기 위해 항상 힘든 일과 부딪혀왔다. "방학때마다 빠지지 않고 건설현장에서 일했습니다. 열심히 사는 젊은 사람들도 많아요. 건설현장 일용직 중엔대학생들이 적지 않아요. 그 때마다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이씨는 최근 입사가 결정된 플라스틱 사출금형업체인 대구 성서공단내 (주)영진하이테크의 인사방침을 바꿔놨다. 서른 이상은 뽑지 않던 관행을 변화시킨 것.

이 회사 관계자들은 "제대로된 기술을 갖춘 젊은이들이 드문 상황에서 오랜만에 제대로된 인재가 나타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금 늦에 제 길을 안것이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제대로된 길이라는 확신이 선다는 점에서 즐겁습니다.젊은이들도 생각을 바꾸면 취업의 길이 보일겁니다".이씨는 현장 경험을 살려 최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각광받는 완구제품 등 고급금형 개발에 힘을 쏟고싶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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