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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으로 보는 겨울풍경-(1)해인사 원당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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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 종정이 떠난 지 보름만에 찾은 해인사 원당암(願堂庵)은 이제 추위를 조금 풀었다. 치열했던 수행정신을 대변하듯 스님의 열반 직후에는 그렇게도 삼엄한 한파로 가야산을 휩싸더니. 하기사 '몸은 원래 없는 것이요(我身本非有), 마음 또한 머물 바 없다(心亦無所住)'고 했거늘….

가야산 속 원당암은 다시 공(空)에 잠겼다. 무욕의 홍류계곡엔 겨울 물소리 청아한데 스님의 열반송은 어느 산 능선을 윤회하는가. 그래도 오랜 나이테에 걸맞은 어느 청정한 수행자를 또 몰래 품고 있으려니.

잔설이 녹아내리던 포근한 겨울 오후, 원당암 추녀 끝은 그래도 하늘을 향한채 산중에 안거 중이었다. 겨울 가야산 자락에 고적한 암자 하나 선승의 사리를 품고 큰 절같이 그렇게 앉아 있었다.

바람이 없어도 빈 마음이 풍경소리에 잠기는 그 겨울날, 먹으로 뚝뚝 찍어 그린 원당암 수묵산수에는 세월이 와서 놀고, 스님이 시간조차 훌훌 털고 떠난 미소굴 앞 산 등성이에는 밤이면 또 둥근달이 걸릴터.

밤이 걸음을 재촉하는 겨울 산사를 뒤로 하고 속진으로 향하는 나그네의 고달픈 여로는 얼음위에 비친 성성한 겨울 산빛에 눈이 시리다. 바위 절벽 노송은 저렇게 서서 또 겨울을 견뎌내고 있다.

화엄종의 근본도량을 도도히 흐르던 무량한 법문은 이승과 저승에 걸림이 없는데 다비장으로 향하던 수많은 만장행렬은 어디에서 또 해인삼매(海印三昧)를 찾을고.

글: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그림:한국화가 심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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