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쯤 동구 신암동 한 사무실. 바깥기온은 6.7℃로 그리 춥지 않은 날씨였지만 사무실에 걸린 온도계는 25℃를 가리키고 있었다. 반팔옷을 입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남모(30)씨는 "중앙집중식 난방이기 때문에 온도조절을 할 수 없어 사무실이 덥다"며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자고 관리사무실에 요청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작된 아끼고 절약하던 생활습관이 5년만에 완전히 '퇴출'됐다.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하고 고가 외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반면 재활용품점을 찾는 이는 줄어 개점 휴업상태다. 이에 따라 매년 에너지를 절약캠페인을 벌여 오던 시민단체들도 올들어 사실상 캠페인을 중단했다.
한국전력 대구지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1998년 163만307㎿에서 2000년 184만8천91㎿, 지난해에는 192만5천607㎿로 급증했다. 사치품소비도 늘어 대구지역 각 백화점에는 값비싼 수입외제품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ㄷ백화점은 98년 전년대비 12%던 수입외제품 매출신장률이 99년 36%, 2000년 39%, 지난해엔 2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수입외제품 등 고가품이 많이 팔려 매출 신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IMF 이후 잇따라 생겨났던 재활용품점은 찾는 이가 없어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대부분 재활용품점이 매출감소로 전업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 서구 평리동 한 재활용센터 관계자는 "중고품을 찾는 사람이 없다"며 "가전제품을 고쳐쓰려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IMF 직후 외화절감 차원에서 소비가 증가했던 연탄소비량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연탄사용가구는 97년 1만5천가구에서 현재 6천가구로 절반 넘게 줄었고, 소비량 역시 98년 4만2천t에서 2000년 3만7천t으로 줄었다. 연탄제조업체들에 따르면 IMF 뒤 화훼 및 비닐하우스 재배농가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었으나 최근 다시 감소하고 있다는 것.
(사)전국주부교실중앙회 대구지부 민은희 사무국장은 "관공서, 백화점, 은행 등을 출입할 때마다 최근 난방온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 같다"며 "경제위기 뒤 절약하던 습관이 몇년사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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