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남모(48)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새벽에 마감된 뉴욕증시 동향부터 챙긴다. 지난 17일 뉴욕증시 동향을 살피던 남씨는 덜컥 걱정부터 앞섰다.
나스닥과 다우지수가 각각 56.47 포인트(2.90%), 211.88 포인트(2.18%)나 급락한 것이다. 전날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운 순간이었다.
전날보다 8 포인트 하락세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점차 낙폭이 커져 오전 11시쯤에는 13 포인트나 하락하며 지수 700선이 한 때 무너졌다, 불안한 마음에 남씨는 보유 주식을 손절매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가 주식을 처분하자마자 주가는 반등하기 시작해 종가로는 오히려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2.55 포인트 오른 713.50으로 마감됐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호재도 없었다.
경제 종속 논쟁까지 부르고 있으며 많은 투자자들이 굳게 믿고 있는 뉴욕증시에 대한 서울증시의 동조화는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두 나라의 증시는 지난 97년 외환 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독립적인 주가 흐름을 보였다. 외환 위기 이후 미국 자본이 국내 증시에 집중적으로 유입되면서 뉴욕증시의 등락은 서울증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주는 재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뉴욕증시 등락은 외국인 투자자는 물론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9.11 테러 사태 이후 뉴욕증시와 한국증시 모두 바닥을 찍고 큰 폭의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두 나라 증권시장은 동일한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 글로벌화 시대를 맞아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중심지인 뉴욕증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하루하루 단기간의 흐름에 있어서 뉴욕증시의 등락은 요즘들어 한국증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으며 '엇박자'를 내는 날도 많아졌다.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13 거래일 동안 종합주가지수와 다우지수 간에 동일한 방향성이 나타난 날은 3, 4, 7, 8, 10, 15일 등 7 거래일이었으며 2, 9, 14, 16. 17, 18일 등 6 거래일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다우지수가 올들어 13 거래일 동안의 평균 등락률(종가 기준)이 0.85%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의 평균 등락률은 1.82%에 달하는 등 서울증시의 변동성이 더욱 컸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증권사나 신문의 마감 시황을 보면 뉴욕증시의 영향을 받아 국내 증시가 폭락.폭등했다는 글들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뉴욕증시의 영향력은 서울증시의 하락기에 두드러져 보인다. 서울증시가 상승기에 접어들었을 때 뉴욕증시 폭락은 악재로서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애널리스트 이선달씨는 "증권시장의 호재와 악재는 주도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뉴욕증시도 많은 재료 가운데 하나"라며 "서울 증시가 뉴욕증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서로의 갈 길이 같을 때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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