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참외 비닐하우스 들녘. 최근 이상 고온이 열흘쯤이나 지속될때는 하우스 안의 기온이 30~40℃까지 올라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그 속에서 농민들은 풍년을 다듬으며 지금 가장 바쁜 '농번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참외 꽃 한창=논 4천500평에 비닐하우스 24동을 지어 참외 농사를 하는 초전면 문덕리 곽현수(48)씨는 "지난달 22일 모종을 옮겨 심었더니 그 사이 줄기가 1m 이상 자라 순치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연신 구슬땀을 훔치고 있었다.
마을 유기농협회를 이끄는 곽씨는 "올해는 고품질 참외 생산을 위해 예년보다 퇴비를 더 많이 넣고 애도 훨씬 많이 쓰고 있다"며, "쌀값 하락으로 농가소득 감소가 예상되지만 고품질 특작으로 대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월항면 장산리 도정태(47)씨는 지난달 초 옮겨 심은 참외가 벌써 꽃을 피우기 시작, 며칠 후 수정을 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빠르면 3월 초순쯤 첫 출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 "올해는 별도의 가온 시설을 않았는데도 출하가 예년보다 보름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으로 도흥 참외의 명성을 알리고 있는 선남면 도흥리 정한길(39)씨는 "지난해 인터넷을 통한 대도시 소비자 직거래로 소득이 크게 늘었다"며, "올해는 게르마늄 광석을 깔고 흙을 덮은 뒤 참외를 옮겨 심는 방식의 '기능성 참외' 생산에 승부를 걸겠다"고 했다.
◇뒤바뀐 농번기=성주에서는 전체 농가의 60% 이상이 참외·수박 등 시설 채소 농사를 짓는다. 때문에 들녘에 쫙 깔린 비닐하우스는 바다를 연상케 할 정도.
성주군민들이 지난해 거둔 참외·수박 농사 수익은 무려 1천760억여원. 비닐하우스 1동(600㎡)당 평균 340만원, 참외 농가당 3천여만원에 이르렀다. 전국 참외 생산량의 35%를 지역에서 생산했고, 성주 전체의 농산물 소득 2천260억 중 78%를 참외에서 거둔 것. 의성 마늘의 전체 연간 소득이 400억원, 고령 딸기가 270억원 되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를 알 수 있다고 군청 관계자는 말했다.
이때문에 씨 없는 수박 생산자로 잘 알려진 유건열(53) 군의원은 "성주에서 농한기가 뒤바뀐 것은 벌써 수십년 전부터"라며, "이곳에선 겨울철이 제일 바쁜 일철"이라고 했다. 성주가 도내에서 농가소득이 가장 높은 곳이라지만, 거저 얻어진 명성은 아니라고도 했다.
◇다른 지역 참외 농사 늘까 걱정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우선 올 겨울엔 참외 등에 병충해 피해 및 웃자람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5일 낮기온이 14℃까지 오르는 등 예년보다 7~10℃ 이상 높은 기온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달 들어서는 강수량도 42.5㎜나 됐기 때문.
그 탓에 참외 등의 하우스 내 기온도 높아져 뿌리 발육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잎·덩굴 등이 이상 자람 현상을 보여 덩굴마름병(만고병)이 퍼지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박춘근 소장은 "이상고온으로 최근 참외 하우스에서 이 병이 많이 생겨 하우스 내 습도를 낮추고 배수 관리를 철저히 해 잎·줄기에 물이 가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외 농민들의 정말 큰 걱정은 다른 것이다. 쌀값 하락으로 벼농사가 기피되면서 하우스 농사로 방향을 바꾸는 농민들이 급증할 지 모른다는 것. 인근 지역에서 참외 재배를 늘린다는 소식은 진작부터 심심찮게 들려 오고 있다고 농민들은 조바심을 냈다.
그래서 성주 참외 농민들은 이제 외지에서 견학 오는 것도 달가워 않고 있다. 전에는 '선진 농업'이라며 견학 와도 반겼으나 이젠 몇 년 뒤면 곧바로 경쟁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며 오히려 경계하는 것.
그러면서 농민들은 "지난해는 참외 값이 좋아 지역 인심도 좋아졌고 범죄도 줄었었는데 올해는 참외 시세가 어떨지 걱정"이라고 했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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