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리랑축전'의 허실

돌멩이 하나가 물속에 풍덩 떨어지면 파문(波紋)이 인다. 돌멩이가 클수록 동심원의 파장은 더욱 커진다. 남북대화의 빗장을 걸어잠갔던 북한이 남쪽을 향해 '아리랑축전관광'이라는 큰 돌멩이 하나를 집어던졌고 예상대로 그 파문은 심각하다.

정부가 현대아산의 적자투성이 금강산사업에 남북협력기금 250억원을 지원키로 하자 여와 야가 된다 안된다로 시끌한 판에 북한이 육로개방을 빙자한 달러벌이 사업을 하자고 나섰으니 실로불난집에 부채질인 셈이다.

▲'아리랑축전'은 북한이 김일성 주석 90회생일을 기념해 상품화한 초대형 매스게임과 예술공연이다. 당초엔 주체사상 강화를 위한 5?월 두달간의 내부행사였으나 우리의 세계적 행사인 월드컵(5월31일~6월30일)을 겨냥해 1석2조의 묘수를 짜낸 것으로 보인다.

즉 전세계를 향해 개방의지를 보여주면서 달러를 챙기고 남쪽엔 한시적이긴하나 육로개방을 통한 대화의 미끼를 던진 것이다. 결국 북쪽은 재정난 타개, 남쪽은 햇볕정책의 지속을위한 긴급수혈이란 동병상련의 외교적 묘수를 둔 셈인데 우리정부로선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껄끄러운 계륵(鷄肋)즉 닭갈비살같은 좥아이템좦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장관급회담을 금강산에 끌어들여 놓고선 퇴짜를 놓은 것이나, 툭하면 현대아산을 불러들여 '금강산'특혜를 줄듯 말듯 애먹이는 것이나, 이번 아리랑축전 관광제의나 모두 자신들의 호주머니불리기가 주목적이요, 우리정부는 해바라기처럼 '햇볕'에만 매달려 퍼주기만 해온 것이 그간의 남북교류 계산서다.

민족의 통일을 위해, 북한동포가 겪는 아픔을 같이한다는 측면에서 어느정도의 지원을 나무랄 국민은 아무도 없지만 대북사업의 한 원칙인 좥시장경제좦 원칙까지 뒤집으면서 '메아리 없는' 퍼주기만을 고집한다면 생각을 달리하는 국민들이 자꾸만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민족화해의 물꼬를 트는 국가적사업이란 명목으로 현대 지원을 합리화 하고 있지만,그렇다면 정부는 왜 매년 50만명의 국민이 금강산관광을 할 것이란 엉터리 계획단계에서부터 간여하지 않았는가. 망할때까지 기다렸단 얘긴가?

▲설사 우리가 아리랑축전 관광을 좥오케이좦 한다해도 시들해진 금강산관광객이 얼마나 늘고, 또 그중에서평양행 희망자가 몇이나 될 것인가도 관건이다. 만일 아리랑축전 관광사업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정부는 여기에도 퍼주겠다고 나설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북한과의 사업약정대로라면 2005년까지 총10억달러, 아니 그 이상으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아리랑축전 같은 잔꾀를 쓰는 상대에겐 원칙을 지키는 길이 최선이다. 시장경제원리는 한번 훼손되면 그것은 곧 '도미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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