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간욕망 분석한 명저

프랑스 문학평론가이자 사회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79)의 명저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한길사 펴냄)이 우리말로 처음 번역돼 나왔다.

불문학자 김치수.송의경씨가 번역한 이 책은 국내 문학도들에게 필독서로 평가받고 있으나 그동안 다른 책에 부분적으로 수록되거나 김현의 비평서 '르네 지라르 혹은 폭력의 구조'를 통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완역되기는 처음이다.

지라르는 미국 뉴욕주립대, 스탠퍼드대 정교수와 석좌교수 등을 지내며 프랑스 역사와 문화, 문학, 사상에 관해 주로 강의해왔다. 그의 저서는 문학작품 분석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폭력과 구원에 관한 주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오늘날 우리의 욕망의 체계를 소설 주인공의 욕망의 체계에서 발견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특성을 제시한 명저다. 이 책에서 지라르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내면화하거나 구체화시키는지를 문학 작품을 통해 분석했다.

그는 대표적인 '삼각형의 욕망 이론'을 통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분석, 소설 주인공의 욕망이 간접화한 욕망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즉 돈키호테는 직접 이상적 기사도에 도달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방랑의 기사가 되기 위해 아마디스란 전설의 기사를 모방함으로써 거기에 이르고자 한다는 것. 이른바 욕망의 간접화 현상이다.

지라르는 현대인의 욕망은 대상과 주체, 중개자로 이뤄지는 삼각형의 구조로 되어있다고 보면서 소설의 주인공이 지니고 있는 욕망의 왜곡과 비진정한 속성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소설 주인공의 욕망이 이처럼 왜곡되는 현상을 강조함으로써 시장경제 체제속에서 개인은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중개자에 의해 암시된 욕망을 소유하게 된다고 해석한다.

지라르는 스탕달의 '적과 흑',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도 주인공들의 욕망이 여러 개의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밝힌다.

그의 삼각형의 욕망이론은 우리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욕망의 성질과 구조를 드러내주고 있으며, 한편으로 이 이론을 통해 과거의 소설들을 다시 분석해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학작품의 총체적인 구조에 의해 밝혀지는 것은 문학과 사회, 문학과 삶의 더욱 깊은 관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은 정교하고 세련되게 보여주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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