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도심속의 산행

필자가 살고 있는 시지동 주변에 천을산이라는 나지막한 산이 하나 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찾는 이 산은 멀리 가지않아도 되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산행 코스이다. 이러한 쾌적한 환경에서 산다는 그 자체가 복이라 느끼며 살고 있다.

이 산은 작은 산행코스로 스트레스에 지친 주민들에게 건강을 위해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항상 깨끗하게 다듬어진 산행 길에는 주민들의 손길이 묻어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휴지 한 장 없는 단아한 길, 산 중턱 몇 곳과 산 정상에 있는 체육시설 등은 주민들 스스로 관리를 하는 탓인지 언제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을 주곤 한다.

등산객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도 않고,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주위 환경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이 산에 오르는 주민들의 표정이 항상 밝아서 좋고, 집 주변에 있기 때문에 음식물을 먹는 경우도 거의 없어 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산이다.

그러나 항상 우려하는 것은 이 산도 언젠가는 도심속으로 편입되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언제까지 이러한 호사를 누리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의 발로인지는 모른다.

산 정상에 올라서 산 아래에 빽빽히 서 있는 콘크리트 건물을 보면 답답함을 느끼곤 하지만 도심속에 이러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만족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낮은 주택보급율, 땅 투기로 인한 난 개발로 도시가 거대화되면서 좋은 주위환경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간은 자연을 버리고 살 수 없다는 진리는 모든 인간이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도시, 자연과 함께하는 도시, 개발은 하되 훼손하지 않고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개발은 우리가 풀 수 없는 영원한 숙제일까? UN이 올해를 산의 해로 지정한 의미는 매우 사려 깊어 보인다.

박광득(대구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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