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세종대왕이 한글만 만들지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아이에게 영어 가르치기에 바쁜 주부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옮겨 보았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국어실력은 100점 만점에 30점에 불과하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학생들의 성적도 34.24점이란다. 그것도 잘만하면 50점은 얻을 수 있는 양자택일 문제에서 나온 점수다. 지금도 찜찜하지만 처음 제자가 보낸 '졸라 방가방가(정말 반가워)'라는 이 메일을 받고 무척 당혹스러웠다. 경상도식 욕설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즈음 이들 통신언어는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지상파공영방송에서까지 버젓이 다루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는 개그콘서트에서는 아예 '엽기'라는신조어와 함께 '하이루(안녕)'라는 통신언어가 대사로 이용되고 god의 '니가 있어야 할 곳'과 같은 노래에 나오는 랩은 영어일색이다.게다가 텔레비전의 자막에까지 오자가 등장하고 있다.

198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페인의 카밀로 호세 셀라는 "미래에는 영어와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만이 살아남을 것이다"고 했다.미래학자들은 "21세기 말, 100년 후에는 현존하는 세계 6천여 개의 언어 중 95%가 없어진다"며 "한국어는 소멸 가능성이 있는 언어에 포함된다"고 예견했다.

가수 서태지가 일본에서 음반을 만들면서 한국어로 랩을 하지 않으면 음반제작을 거부하겠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하지만 우리 정부의 높으신 어르신은 영어로 미국에서 일장연설을 했고 미국인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나중에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말이 영어와 너무 닮았구나'.

'한 나라의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한 국가와 문화가 그 기억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를 잃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지금 한국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대중문화가 부추긴다는 느낌이다. 작품성이 높다는 영화 '파이란'에서조차 욕설이 판을 치고 영화 '친구'의 대사를 흉내내는 경상도 사투리 신조어가 안방극장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인들도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 랩이 나오는 뮤직 비디오가 각종 토크쇼나 연예정보의 말미에 광고처럼 등장하는 데 이르면 할말을 잃는다. 문법에도 없는 줄임말이나 조어, 일부러 틀리게 사용하는 언어는 이제 그만. 대중문화에서부터 한국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데 앞장서야겠다.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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