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파일 이곳-월드컵 안전의 첨병 대구 경찰 특공대

21일 오후 2시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대구 기동대(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건물 4층에 위치한 경찰 특공대 본부실.

관계자외 출입을 엄금한다는 경고문과 함께 굳게 닫힌 육중한 철문은 경찰 특공대의 일상에 관한 잠재된 호기심을 잔뜩 자극시켰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로프를 등에 멘 특공대 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관단총 등 총기를 든 요원들이 훈련을 위해 이동준비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 듯한 액션 장면이 클로즈 업 되면서 신선한 긴장감이 기분좋게 다가왔다. 복도 맨 마지막 사무실에 들어가자 건장한 체구의 박정식 특공대장(35)이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인상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검은 훈련복이 특공대 특유의 강인한 체취를 느끼게 했지만 취재진에게 담배를 권하는 모습에는 인정이 넘친다.

박 대장은 "특공대원들 중에는 '군대체질'이 제법 많습니다"며 싱긋 웃었다. 영하로 뚝 떨어진 매서운 날씨에도 건물 옥상에서는 레펠 훈련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철강 구조물에 로프를 묶고 D형 안전고리와 8자 하강기에 로프를 다시 연결, 머리를 땅쪽으로 향한 채 특공요원들이 허공에 매달려 있다.

팀장의 신호가 떨어지자 몸을 지탱하던 장갑의 힘을 느슨히 풀며 12m 아래로 하강을 시작한다. 스파이더 맨처럼 콘크리트 바닥에 가뿐하게 내려서는 특공요원들의 몸놀림이 재빠르다.

"잠시 방심하면 큰 사고가 나고 맙니다".

훈련안내를 하던 권명섭(38)경사가 불쑥 한마디 던졌다. 그이 역시 대구지역에 경찰특공대가 창설되던 지난 1998년 원년멤버로 활약해 왔으나 레펠훈련 도중 허리를 다쳐 지금은 훈련대신 특공대 행정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특공대원의 훈련은 레펠 외에도 산악구보, 사격술, 인질구출, 건물·버스 진압 등 다양하다. 이때문에 기초체력없이는 훈련을 버텨내기가 힘들다. 이날 오전에도 2km 구보에 이어 역기 등 체력단련으로 온몸에 힘을 빼고도 오후에 다시 레펠 훈련이 실시될 만큼 훈련강도는 높은 편.

그래서 경찰 특공대에는 특전사나 해병대 출신이 적잖다. 총대원 27명중 특전사 출신이 3명, 해병대 출신이 2명이다. 특히 3팀장 박종희(35)경사는 특전사 중사출신이고 한삼석(34)경장은 해병대 대위출신으로 태권도 5단 합기도 2단 유도 1단 등 무도(武道)가 무려 8단에 이른다.

레펠훈련이 끝나고 다시 테러진압을 위한 모의훈련이 이어졌다. 가상상황이 설정됐다. '건물안 20대 여인 1명이 인질범에 잡혀있으나 건물 유리창을 통해 인질 상황 관측 가능함'

5명으로 구성된 공격조가 강습점(强襲點.사건현장 투입직전 지점)에 이동할 때까지 사태추이를 저격수가 팀장에게 보고했다. 이윽고 팀장의 공격명령이 떨어지고 인질극 현장에 섬광탄이 투척돼 특공요원들이 차례로 투입돼 인질범을 제압했다.

특공요원에게 지급된 화기는 MP-5 소총, P-7 권총, K-1 기관단총, MSGM 90 저격용 소총, 방탄조끼 방탄 헬멧, 야간표적 지시기, 야간투시경 등으로 개인당 평균 700만원 가량. 군 특수부대와는 달리 단시간내 테러, 인질사태 등 비상상황 종료를 목표로한 기동성과 순간제압 목표를 우선으로 한다.

경찰 특공대에 떨어진 올해 최대 특명은 2002 월드컵 축구대회를 아무런 사고없이 안전하게 치르는 것이다. 대구지방청 경찰 특공대는 대구는 물론 울산지역까지 경기장, 선수숙소, 공항 등지의 안전 책임을 맡는다. 비상상황이 발생되면 목숨을 걸고 '안전'을 사수해야한다. 그것이 특공대원들이 지켜야할 절체절명의 숙제인 것이다.

매일 벌어지는 가상상황에 대한 훈련도 모두 이러한 비상사태를 대비해 이뤄진다. 하지만 대구지역 경찰특공대는 훈련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이 적지 않다. 매일 갈고 닦아야할 사격술 조차도 사격장이 없어 군부대에 협조를 요청하지만 퇴짜 맞기 일쑤다. 레펠훈련을 위해 아파트지역 등 고층빌딩에 협조를 구했지만 여태껏 허락을 받아본 적이 없다.

각종 테러 훈련장도 변변치 않아 이곳 저곳을 전전한다. 그래도 경찰특공대는 불가능속에 업무완성을 수행해내야 한다. 그래서 '특공대'라는 귀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각고의 육체단련과 고도의 정신무장을 요구하는 특공대원들은 동료들간의 의리가 남다르다. 3팀장 박 경사는 "생명을 담보로 한 특공요원들의 작전은 팀웍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도 의리와 정을 쌓는 정신교육이 병행된다"고 귀띔했다.

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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