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담임만은 제발…'

정치가나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으니 그들의 권위는 이미 상실돼 버렸다. 부모가 자녀들을 훈계하는 가정교육이 사라진 지 오래됐고, 부모가 아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는커녕 그들의 요구를 따라잡기에도 바쁘다.

종래의 가정교육의 자리에 학원이나 사설 강습소가 들어앉아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권위를 잃어버린 사회다.권위가 없는 사회는 중심이 없어져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선도집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백년대계'라는 교육이 흔들려 교실이 무너지고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0..교실에서 아이들은 '제멋대로'고, 수업시간에 교사의 통제가 불가능한 게 요즘 교실 풍경이란다. '교장은 죽을 판' '교사는 살얼음판' '학생은 개판' '교실은 난장판' '학부모는 살 판'이라는 말 등에서 나온 '8판'이니'10판'이니 하는 소리가 회자할 정도다.

교사가 학생을 체벌이라도 하는 날이면 항의에 그치지 않고, 학부모들이 관계 기관이나사법 당국에 고발하는 세태까지 돼 버렸다.

0..아니나 다를까, 요즘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담임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새 학년을 앞두고 학교마다 '제발 맡아달라'며 통사정 하는 교장.교감과 '담임만은 제발…'이라고 손사래치는 교사들 사이에 얼굴 붉히는 일도 잦다 한다.

몇 년 전까지만도 서로 담임을 맡겠다고 경쟁까지 벌이던 시절과는 그 상황이 크게 달라져 버린 셈이다.그래서 새로 전보 오는 교사들에게 무조건 담임을 떠맡기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0..담임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업 부담 외에 생활기록부 작성, 성적 관리, 조례.종례 참석 등 비담임보다 업무량이 몇 배나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당도 적고 정년 단축.교원 성과급 파동 등으로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사명감이 실종된 탓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책임만 늘어나고 잘못이 있을 경우 고발이나 당하는 현실에서 누가 맡으려 하겠느냐'는 반문이 나오기도 한다. 어쩌다가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신뢰가 이토록 깨져버렸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0..얼마 전의 교총 조사에서 초.중.고 교사의 70%가 교직생활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학교 생활에서 최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로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간섭'과 '학생들의 교권 경시'가 꼽혔다.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긍지를 가져야 할 교사들이 이 같이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교육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그 영향은 결국 학생들에게 미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손해를 입게 되는 것도 뻔한 일이다. 교원의 권위 회복이 아쉽기만 한 현실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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