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1시쯤 경북대병원 3병동 화장실 입구 복도. 40대 남자 두명이 복도 벽에 붙어있는 '우리 병원은 전지역이 금연구역입니다'라는 스티커를 등진 채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주변은 연기로 자욱했다. 이 사이를 뚫고 환자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을 다녀온 이모(38·여)씨는 "몸도 안 좋은데 담배연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게 고역이다"며 고통을 호소했다.이 병원 각층 화장실과 비상구 계단마다 재떨이로 갖다 놓은 분유깡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깡통을 아무리 치워도 환자본인이나 가족, 문병객들이 다시 깡통을 갖다놓고 담배를 피워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1층 응급실옆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최모(35)씨는 "화장실안에 재떨이도 있고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제지하는 병원 직원도 없어 흡연장소로 알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들어 흡연의 공익적 폐해를 강조하고, 하반기부터는 공공기관 학교 병원 등을 완전 금연건물로 지정해 위반자에게는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병원내 흡연이 여전히 극성이다.
이미 병원 마다 전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설정했지만 흡연자들은 환자 또는 비흡연자의 건강은 무시한 채 병원내 화장실, 복도, 계단 등 곳곳에서 담배를 물고 있으며, 병원 또한 흡연을 묵인하는 실정이다.
계명대 동산병원 경우 화장실과 비상구 계단 등에서 끊이지 않는 흡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병원은 3층에 지정흡연실을 두고 있으나 안내표지판이 없어 이용자가 거의 없다. 61병동에서 만난 유모(43)씨는 "마땅히 담배를 피울 곳도 없고 매번 바깥으로 나가기도 힘들어 병원 계단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털어놨다.
병원 관계자들은 "흡연권을 주장하는 흡연자들과의 다툼도 있을 수 있고,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제지할 수도 없어 병원내 흡연을 막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금연클리닉 김대현 교수(가정의학과)는 "간접흡연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자에게는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법으로 강제하기 이전에 병원에서는 당연히 금연해야 한다는 흡연자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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