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경찰 이희건 전 회장 체포

일본 오사카(大阪) 경찰이 25일 이미 도산한 재일 한국계 신용조합 간사이고긴(關西興銀)의 이희건(84) 전 회장과 그의 장남 이승재(54) 전 이사장 등 옛 경영진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일본 경찰의 이번 수사는 일본내 최대 한국계 신용조합이었던 간사이고긴에 대해 이뤄지는데다, 한일 재계의 '파이프'로 통하는 이 전 회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사이고긴은 재일 한국인을 위한 금융기관을 표방하면서 1955년 '신용조합 오사카고긴'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87년에는 신용조합 가운데 전국 1위의 예금고를 기록했고, 90년에는 숙원이던 예금잔고 1조엔 돌파를 달성했다.

또 93년에는 재일 한국계 신용조합인 고베(神戶), 시가(滋賀), 와카야마(和歌山)쇼긴을 합병, '간사이고긴'으로 명패를 바꿔달았다.그러나 버블경제 기간 부동산과 서비스업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 준 것이 '악재'로 작용, 결국 2000년 12월 파산하고 말았다.

회장을 지낸 이희건 씨는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100억엔을 모아 한국에 기부하는 등 고국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아 '무궁화훈장'을 받는 등 동포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지명도가 높다.

따라서 동포 금융계의 '카리스마'로 통해 온 이 전 회장에 대한 일본 수사당국의 '손보기'는 한일 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한국정부의 지원 아래 재일 민단이 추진했던 동포 통합은행 '드래곤 은행(가칭)' 설립이 동포사회의 분열로 무산됨으로써 '민족은행' 재건 움직임에 제동이걸린 상태에서, 일본 경찰이 한국계 신용조합에 본격적인 메스를 가함에 따라 동포사회는 더욱 움츠러들게 될 전망이다.

한국계 신용조합에 대한 경찰조사는 이미 도쿄쇼긴(東京商銀)의 김성중 전 이사장이 불법대출 의혹을 받고 구속된데 이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파산한 조선계 금융기관인 조긴긴키(朝銀近畿)와 조긴도쿄(朝銀東京)가 일본 검·경의 수사착수로 된서리를 맞은 뒤여서 한국, 조선계를 떠나 동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수사당국은 도산한 금융기관의 처리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책임과 부실 채권규모를 명확히 가려 공적자금 투입의 명분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이처럼 '강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