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생태관광의 해 대구.경북의 생태공원-(5)울진 왕피천

우리나라 마지막 오지(奧地) 중 하나로 남아 '경북의 동강'이라 불리는 울진 왕피천. 이 강 하류에는 경북도 수산자원개발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는 꺽지.산천어.은어.열목어…. 없는 물고기가 없다. 기르는 수는 자그마치 300만마리.

그 중에서도 20명 직원들이 가장 정성 쏟는 것은 연어이다. 1급수에만 산다는 연어 방류사업은 동해안 연어자원 어장화로 어민소득 증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수산외교 입지강화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연어가 회귀하는 하천은 10여개. 그 중에서도 강원도 양양 남대천과 함께 비중이 가장 높은 왕피천에 위치한 이 연구소는 지난해 3천200여마리의 연어를 붙잡아 알 220만개를 얻었다. 인공부화까지 성공해 올해 방류할 수 있는 것은 150만마리 정도.

"연어 회귀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방류될 때 새끼 손가락 만하던 치어가 몇년 새 어른 팔뚝만큼이나 크게 자라고 알래스카까지 수만리를 회유하다 다시 태어난 곳에서 알을 낳겠다고 모천으로 회귀하는 일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30년 가까이 연어 채란.부화 업무를 맡아오고 있는 박동기(55)씨는 천신만고 끝에 귀향하는 연어를 대할 때면 피붙이를 맞이하는 양 코끝이 찡해 온다고 했다.

연어는 왕피천 상류 불영계곡 단풍이 물들 때쯤 강을 거슬러 오른다.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어른 허벅지만한 연어떼의 힘찬 물질에 강은 온통 출렁인다.

왕피천→동해 연안→캄차카반도→시베리아→알래스카를 되돌아오는 장장 1만6천km의 대장정.연어는 태양고도 측정과 후각을 이용해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회귀하는 것이다.하천으로 올라온 연어는 이때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산란에만 신경을 쓴다.

연어의 산란은 태어난 지점을 정확히 찾는 회귀의 신비처럼 은밀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강가 주민들은 "홰치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표현하듯 산란은 무척 요란스럽다. 산란은 3,4일간 밤낮없이 이뤄진다.

상류 얕은 곳에 이르면 암컷은 구덩이를 파고 2천~3천개의 알을 낳고 수컷의 정액이 뿌려지면 다시 암컷은 자갈로 알이 떠내려가지 않게 덮는다.자갈과 모래에 부딪혀 속살이 허옇게 드러나고 떨어져 나가지만 연어는 산란에만 온 힘을 쏟는다. 산란이 끝나면 연어의 몸무게는 3분의 2정도로 줄어든다.

그리고 일주일을 전후해 암수 모두 장엄한 죽음을 맞는다.그러나 박씨 등 직원들은 자연상태에서 산란을 하고 죽음을 맞는 행복(?)한 연어는 몇마리 안된다고 말한다. 하천 곳곳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보(堡)가 장애물이 되고 무분별하게 방류되는 생활 오폐수들이 걸림돌이 돼 자연상태의 산란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왕피천 곳곳에 보가 설치돼 있어 산란기에 강제로 연어를 붙잡아 인공수정, 부화시켜 방류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그래서 연어가 돌아올 때쯤이면 연구소 직원들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10월초면 강을 가로질러 그물을 치고 11월말까지 하루에 걸려드는 100~200마리를 2인 1조로 밤낮없이 채란 작업을 벌인다. 연구소 부화장에서 2, 3개월 후 부화되는 수정란은 3개월 정도 더 배양된 후 치어가 돼 왕피천에 방류된다.

이러한 고생끝에 방류를 하지만 회귀율은 1.37%. 일본.캐나다.미국 등 선진국의 3%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그러나 이러한 왕피천은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왕피천 상류에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 댐이 건설되면 수량이 줄고 하천 환경이 변해 연어 회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10여년전 영덕 오십천 가에 있던 연구소를 오염때문에 왕피천으로 옮겼는데 댐이 건설되면 더이상 갈 곳도 없습니다".직원들은 댐 건설 백지화뿐만 아니라 생태계 보호지구 지정 등을 포함한 보전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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