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도시의 모습

오늘도 산에 오르니 여기는 도시가 내려다 보이는 곳, 도시는 한 눈에 들어와 간단하게 보이려 애쓰는 것 같기도 하고,아는게 너무 많으니 내게 물어나 보시지 하는 투의 표정을 짓곤 합니다.

산그림자를 빙 둘러 성곽처럼 갖고 있는 도시,항시 마음과 몸 부려놓을 샛강과 어릴적 용두산 산길 따라 소풍 갔었던 고산골 물맛과 참꽃 따먹은 기억을 내 발목에달아주는 도시.

올려다보면 송전탑이 보이고 그 밑으로 오래된 미군기지 쪽으로 뻗은 산길이 구불거리며 나 있고 주위를둘러보니 산새들이 놀고 있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청소년 수련원이 보이고 앞산 케이블카가 보이고 저 하늘은 너무 높고 저 구름은 너무 가벼운 그런 날입니다.

산길을 따라 주욱 내려가니 내 어릴적 다니던 초등학교 교정이 보입니다. 늘 A3 비행장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소리에 익숙해졌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그게 벌써 몇해인가 싶습니다. 일행들과 가기로 한 곳이 있어 서둘러 발길을 돌립니다.

세상 속에서는 같이 살 수 없어 격리 되어진, 태어날 때부터 무능한, 육체적 정신적 결함으로 인하여 어쩌면 유일한 세상이 될지도 모르고, 영원히 머물러야 될지도 모를 어떤 재활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산 기슭에 있는 그들의 건물 4층 방으로 들어서자 아, 그들은 목에 매달리고 껴안고 도무지 우리의 체온을 잡고 놔주질 않았습니다.

아무 계산법 모르는집착같기도 하고,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멀쩡한 목이 손이며 다리가 참으로 비싸고 귀한 물건이라는 것을가르쳐주는 이 애무는 도대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굶주림에 지칠대로 지친 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누구에겐가는 너무 목 마르고 또 누구에겐가는 배설 같은 정! '안넝, 안넝'이라는 말만 겨우 하며 손과 몸을 흔들어대던 그들의 표정 앞에 작별의 손을 내밀어야만했던 기억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 늘어선 저 차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이 도시의 마음 깊은 곳엔 또 얼마나 찡한 것들이 많이 있는지 내내 그 생각을 하며 돌아 왔습니다.

고희림(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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