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을 고르고 나서

따스하고 겸손한 시선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넉넉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 안도현은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보리 문둥이'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이 있다고 믿는 안도현은 미확인 소문에 따르면 절창으로 알려져있는데, 그런 소문에 걸맞게 예향 전주에서 살고 있다.

지난 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낙동강'이 당선된데 이어 1984년에는 '서울로 가는 전봉준'으로동아일보 신춘문예에도 당선됐고, 1996년에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1998년 소월시문학상을 거머쥘 정도로 상복도 있는 편이다.

전교조 운동으로 해직됐다가 복직된 시인 도종환씨와 친분을 갖고 여러가지 인간미 나는 사회활동을 펴기도 하면서 작품집도 비교적 왕성하게 펴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바닷가 우체국' '그대에게 가고 싶다' 는 등의 시집과 어른을 위한 동화'연어' '관계' '증기기관차 미카'를 출간했으며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를 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안도현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대개 신간을 발표하면 꼭 사읽는 편인데, 안도현 작품의 뒷맛은혓바닥을 따뜻하게 녹이는 휴머니즘과 그러면서도 올곧음을 잃지않는 정의로움으로 남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고 묻는 세줄짜리 시 '너에게 묻는다'도 그렇지만, 초록강과 누나 연어 등의 도움을 받아서 물살을 거슬러 고향천으로 회귀하는 한마리 연어얘기는 이런 휴머니즘과 정의로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런 그가 오래된 시골 교실의 풍금처럼 정겨운 산문집 '사람'(이레 펴냄, 8천원)을 펴냈다.내 마음이 간직한 사람, 사람과 함께 사람속에서, 가진게 없는 사람, 사람으로 사는 법 등 4부로 나눠진 이 산문집을 읽으면 저자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와서 한번쯤 권해보고 싶다.

그런데도 안도현의 산문집을 문화면 톱으로 정하지 않은 것은 바로 북스면의 톱이라면 술술 읽혀내려가는 것 외에 또다른 의미도 지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읽지는 않겠지만 역사적으로혹은 시사적으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판단되면 북스 제작팀은 과감하게 그를 톱으로 올리지 않을 수 없다.책을 읽는 독자와 북스면과의 괴리감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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