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수에 대한 편견 없애기

'8월 13일은 무슨 날?' 광복절도 아니고 장애인의 날도 아니고…. 아는 이가 거의 없다. '국제 왼손잡이의 날'이라는 엉뚱한 날이기 때문. 1975년 최초로 국제왼손잡이협회를 창립한 딘 켐벨의 생일에서 따왔는데, 이날 미국과 유럽의 왼손잡이들은 기념식을 갖고 시위도 벌인다.

'장애인의 날'처럼 사회에서 소외받는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제반 제도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그만큼 왼손잡이의 사회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도구나 생활방식은 오른손잡이 위주다. 왼손잡이는 컴퓨터, 운전대 등을조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숫가락, 가위, 낫 따위를 사용하는 것조차 힘들다. 심지어 군대에서 총 쏠때의 어려움도이만저만이 아니다.

역사민속학자 주강현씨는 '왼손과 오른손(시공사 펴냄)'에서 "오른손은 무한권력을 대표하는 반면, 왼손은 문화적 열성,소수자로 취급돼 왔다"면서 "새로운 세기는 왼손과 오른손의 대립을 뛰어넘는 상보적인 사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그는 민속학을 바탕으로 철학 정치논쟁 지리학 등의 자료를 두루 인용하면서 왼쪽과 오른쪽, 나아가 사회적 주류와 비주류의 의미와 향후 전망 등을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

▲왼손잡이는 어떻게 생길까=왼손잡이는 열등하고 오른손잡이는 우월한가. 결코 아닐 것이다. 유전학적 요인 때문에사회적 소수로 태어나고 불편하게 생활할 뿐이다. 유전인자 때문인지, 사회적 인자 때문인지는 학설이 분분한 상태다.

현재 연구에서는 부모 모두가 오른손잡이일 경우, 자녀들의 92%가 오른손잡이가 되고, 부모중 한 사람이 왼손잡이일 경우에는 자녀들의 20%가 왼손잡이가 된다는 것. 왼손잡이 엄마가 있을 경우 왼손잡이 자녀를 가질 확률이 훨씬 더 높다.그런데 남자가 여자보다 왼손잡이가 더 많은 것도 흥미롭다.

유전적 요인일 수 있지만 태아 성장 초기의 여러 원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게 정설. 그러나 왼손잡이가 대략 25% 정도로 태어나지만, 사회의 박해속에서 차츰 오른손잡이로 전향하면서 절대적 소수로 전락한다.

▲왼손잡이는 열등하지도 우월하지도 않다=전세계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왼손잡이일 경우, 오른손잡이로 바꾸기 위해온갖 노력을 다한다. 왼손을 꼬집기도 하고 회교권 국가, 인도 등에서는 심지어 왼손을 묶어두기도 한다. 왼손잡이의 사회적고통을 잘 알고있는 부모들은 미리 아이들에게 타고난 손의 역할을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예술이나 역사적인 면을 봐도 그렇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뉴욕 자유의 여신상, 신라의 미륵반가사유상 등은 모두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으로 표현된 반면, '왼손으로 밥먹으면 도둑놈 된다'는 속담이나 과격하거나 진보적 사고방식을가진 이를 좌파로 부르는 것을 보면 왼손에 대한 극단적인 편견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들어 이런 인식은 조금씩 바꿔지고 있는 추세다. 왼손에 대한 강점이 자연스레 두드러지는 것은 스포츠계에왼손잡이 스타들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야구의 이승엽 과 농구의 허재 같은 운동순수들은 왼손잡이의 사회적 편견을없애주는 역할을 해왔다. '왼손을 잘 쓰면 예술가가 된다' '왼쪽 귀밑에 점이 있으면 복이 온다'는 속담이 나오는가 하면 요즘 아이들의 왼손잡이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좌우화합의 고무적인 현상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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