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담백한 안동찜닭 입맛 유혹

"꼬꼬댁, 꼬꼬댁". 닭들이 곡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린다.최근 대구 동성로, 대학가는 물론 주택가 등지에도 '안동찜닭' 전문식당이 줄줄이 생겨나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구 봉산동의 '바로고기 안동찜닭' 체인점.

흰색과 짙은 나무색으로 단장한 '젠'(zen.禪) 스타일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마치 패스트푸드점에 온 듯하다. 식탁마다 놓인 둥그런 철판엔 닭고기, 당면, 감자 등 각종 야채를 넣은 먹음직스러운 찜닭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찜닭 이외 메뉴로는 공기밥과 소주, 음료수. 한 끼 식사를 겸해 소주 한 잔을 하는데 한 사람당 4천~5천원이면 모자라지 않을 듯.'안동찜닭'의 유행은 2년 전 서울에서 비롯됐다. 찜닭이란 음식이 낯선 서울에서 찜닭의 본고장 안동 출신 젊은이들이 대학로에 안동찜닭집 1호점을 개점한 이래 신종 외식 메뉴로 '빅 히트'를 치고 있다.

찜닭 프렌차이즈 업체가 수십여개 생겨났고 저작권 침해 법정 분쟁, 원조 경쟁까지 벌일 정도이다.인터넷 사이트에는 안동찜닭 동호회가 결성되고 있으며 찜닭의 '메카'인 안동 구(舊)시장 찜닭 골목에는 '한 수 지도'를 받으려는 외지인들의 출입이 부쩍 잦아졌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여름부터 안동찜닭 식당이 등장해 대구에 본사를 둔 프렌차이즈 본부만 8, 9개에 이른다. 안동찜닭이 인기를 얻자 분식점, 칼국수집 등 기존 식당들이 앞다퉈 찜닭집으로 '말'을 갈아타고 있으며,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동네 '치킨점'들도 안동찜닭을 새로운 메뉴로 내놓고 있다.

안동찜닭의 특징은 닭기름을 제거한 담백한 맛. 게다가 매콤달콤한 소스에 시간이 지나도 불거나 엉기지 않는 당면 맛이 일품이다. 이름은 찜닭이지만 사실상 닭을 찌는 게 아니라 고열에 야채와 함께 조리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최근 유행하는 안동찜닭의 맛은 안동 구시장 찜닭의 맛 그대로일까?

안동찜닭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은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고 답한다.기본적인 양념과 재료는 구시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맛과 식당 분위기는 젊은층에 맞게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왜 안동찜닭이 인기를 얻게 됐을까?

경기가 침체됐을 때 맵고 자극적인 맛을 선호한다는 외식업계의 전통적인 이론에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적합한 메뉴이기 때문이라는 게 외식업 전문가들의 분석. 임현철 영남외식경영연구소 소장은 "안동찜닭은 식사와 술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메뉴인데다 푸짐한 양 때문에 다른 음식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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