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들뜬 라인강변 도시에서는 여자를 조심하라. 특히 '여인천하'인 사순절 전 목요일에는 넥타이를 매고 나가지 마라…. 광란과 소동의 현장, 건실한 독일인들이 완전히 딴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라인(Rhein) 카니발은 11월11일 오전 11시11분에 맞춘 카운트다운과 더불어 개막된다.
그렇지만 축제는 사실상 '장미의 월요일'(Rosenmontag)에 절정을 이뤘다가 '재의 수요일'(Aschenmittwoch)에 끝이 난다. 마을별 행사가 주를 이루던 축제가 정작 광기와 흥분의 도가니로 변하기 시작하는 것은 사순절 전 마지막 1주일 동안.
이때면 공휴일이 선포되고 웃음소리와 음악소리 그리고 이국적인 의상들이 도시의 밤낮을 채색하며 상점들은 완전 철시한다. 라인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의상 차림으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질탕하게 노는데 분위기가 고조될 때는 가히 무정부상태에 이를 지경이다.
'장미의 월요일' 다섯시간 동안의 퍼레이드에서는 사탕과 꽃을 나눠주는 모습이 독특하다. 이날 시내 곳곳의 커다란 홀이나 천막에서는 온갖 쇼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때 카니발의 진행을 맡았던 프리델 드라우츠버크씨는 "같은 독일에서도 대도시 사람들은 이 축제를 다소 괴이하게 생각하지만, 라인지방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있어도 카니발의 추억만은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어릴 때부터 몸과 영혼을 바쳐온 카니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라인 카니발의 기원은 사육제(謝肉祭)이다. 예수의 부활절 전 40일간, 즉 금욕과 금식이 시작되는 사순절 전에 실컷 먹고 마셔두자는 주지육림의 대잔치인 셈이다. 프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17세기 중엽부터는 사육제가 '억압된 기분을 발산'하며 지방정부를 조롱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그 풍속이 지금껏 전해오고 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열리지 못했던 라인 카니발은 1948년 다시 공식적으로 열리게 됐는데 폐허가 된 도시와 사람들의 삶에 희망과 즐거움을 되찾아 주기 위해 애써 부활시킨 측면도 없지않다.
본격적인 카니발이 펼쳐지는 사순절 전 일주일 동안에는 온갖 진기한 일들이 다 벌어진다. '여인천하'가 되는 '여인들의 목요일'이 그 대표적인 예. 라인강변의 여인들은 이날 대낮부터 마음껏 술을 마시고 거리를 떼지어 다니며 사냥감을 찾아 헤맨다.
사냥감은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는 넥타이. 가위를 들고 다니며 넥타이를 보는 대로 잘라 버린다. 멋모르고 축제 구경나온 외국인 신사들의 넥타이가 잘려지는 사태가 도처에서 빈발한다. 넥타이가 잘린 수상의 웃는 모습이 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실릴 정도이니 아예 영광으로 알고 분위기에 동조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여인들의 목요일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온갖 기발한 형상의 가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이 때문에 백화점에는 해마다 카니발 분장용품 코너가 특설되기도 한다.
라인 카니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그 나흘 뒤인 '장미의 월요일'이다. 이날에는 마인츠.코블렌츠로부터 뒤셀도르프에 이르기 까지 라인강변 도시마다 성대한 가장 행렬이 벌어진다.
특히 라인 포도주의 집산지이며 구텐베르크가 태어난 곳인 마인츠에서는 대대적인 카니발이 열린다. 기업이나 조합.모임 단위로 온갖 기상천외한 가장 행렬을 벌이는데 오후부터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가장행렬에 동참한다.
이날은 온 도시와 마을이 술독에 빠진다. 가정마다 직장마다 변장한 사람들이 밤새도록 파티를 하며 술을 퍼마시는데 일년중 가장 폭음하는 날이다. 장미의 월요일을 보낸 사육제는 '참회의 수요일' 또는 '재의 수요일'로 마감된다. 이날은 사육제 기간 동안의 일탈을 참회하고 근신하는 날. 언제 그랬느냐는 듯 축제 분위기는 사라지고 라인강변은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
마인츠에서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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