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받는 노인이 아니라 존경받는 어른이 돼야지요". 대구시노인종합복지관에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사랑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는 100여명의 어르신들이 있다. 이름하여 '큰나무봉사단'. 큰나무봉사단은 사회와 이웃에 사랑을 나누고자 지난 95년 4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만든 봉사모임이다.
큰나무봉사단의 평균연령은 72세. 가정에서 자녀들의 대접을 받으며 그동안의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할 때지만 자원봉사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들이 봉사를 펼치는 분야는 공연, 전통예절지도, 사회복지시설방문, 농촌활동, 교통정리, 자연보호 등 20여개로 전문 봉사자들도 울고 갈 정도의 수준이다.
큰나무봉사단의 대표적인 봉사팀은 '공연단'. 고전무용, 스포츠댄스, 가요, 사물놀이, 택견 등 고령의 나이로는 감당하기 어려울법한 종목들이지만 이미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로원, 재활원 등에서 공연을 한 뒤면 반드시 다시 한번 찾아 공연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정도.
여름.겨울방학도안엔 초등학교에서 전통예절지도교실을 연다. 다도, 굴렁쇠, 제기차기, 투호, 연만들기 등 민속놀이를 비롯 뿌리찾기 등 고유 전통을 어린 학생들에게 지도한다. 반응이 좋아 같은 학교에서 두번 교육하기도 했다. 대구시로부터 월드컵경기장 화원 한곳을 배정받아 잡초제거 등 정원가꾸기 봉사도 한다. 학생들이 많이 놀러 오는 곳이여서 노인들이 화원을 가꾸며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봉사단은 양로원, 재활원, 요양원 등 또래 노인들이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방문, 공연, 밭매기, 청소, 목욕 등 자원봉사활동에 열심이다. 특히 시설 노인들과 함께 하천, 월드컵 경기장 등지에 야유회를 가거나 청소 등 자연보호 활동을 하기도 한다.
큰나무봉사단 창단의 산파역할을 한 주인공은 자원봉사 13년째인 김영기(78)씨다. 노인자원봉사문화가 싹트기 전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 봉사단을 모집, 자원봉사의 새장을 열었다. "대접받을 나이에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이상한 노인 취급을 받는 등 노인들을 봉사단원으로 가입시키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어. 하지만 6년만에 봉사자가 4배 가까이 늘어났지".
김씨는 13년전 고교 교장 퇴임 후 여생을 어떻게 보낼까 고심하던 중 우연히 남구 대명동 복명평생교육센터에서 할머니 40여명에게 한글을 가르치게 됐고, 70대 할머니 10여명이 초등 검정고시에 합격, 좋아하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 자원봉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자원봉사는 말그대로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해서 하는 일이지. 때문에 봉사를 하다보면 가슴이 후련해지고 즐겁기 그지없어. 봉사를 하면서 삶이 달라졌어. 봉사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됐고, 또 자원봉사를 하려면 계속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해 날마다 젊은지는 것 같아".
대구시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줄잡아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자원봉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또 사회복지관, 노인자활후견기관 등에서 자체 자원봉사활동과 함께 노인들의 사회참여 프로그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나와있는 통계는 대구시사회복지관협회가 지난 91년부터 대구시내 25개 사회복지관의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630명, 시니어클럽 70여명, 노인종합복지관 100여명 등 1천명.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 정재호 관장은 "2,3년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노인자원봉사자의 수가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령화되면서 사회적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사회활동을 원하는 노인들에게 봉사할만한 일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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