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간증시 개장 한 달, 아직은 부진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해 12월27일 출범한 야간증시(ECN)가 문을 연지 한달여가 지났다. ECN은 이제 출범 초기인데다 가격 변동이 허용되지 않은 탓에 아직까지는 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전반적인 거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8일 현재 야간증시의 일평균 거래량은 133만5천주, 거래대금은 69억7천8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ECN과 거래종목이 동일한 KOSPI200과 KOSDAQ50 시장의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의 0.25%에 불과하며, 한국ECN측의 당초 예상치(400억원)에 크게 못미친다.

종목별로는 하이닉스반도체 등 특정 종목의 거래 편중이 심했다. 한국ECN증권 측이 아직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심한 경우 하이닉스반도체가 ECN 총 거래의 60%를 차지하기도 했다.

ECN의 거래가 이처럼 적은 것은 무엇보다 가격 변동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법상 ECN은 당일 마감된 장내 거래의 종가로만 거래를 허용하기 때문에 차익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개인들이 전체 매매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참여는 미미하다. 차익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야간 근무를 해가며 야간증시에 참여할 필요성을 기관투자가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거래 규모가 적기 때문에 시장 투자지표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ECN의 거래 상황이 다음날 장내 거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www.moneytoday.co.kr)가 지난해 12월27일부터 1월10일까지 ECN에서 거래된 종목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ECN거래에서 매수 잔량이 많은 종목 가운데 다음날 장내 거래에서 시가가 상승한 종목은 74.75%에 달했다. 반면 시가가 하락한 종목은 16.84%에 불과했으며, 시가가 변하지 않은 종목은 9.47%였다.

한국ECN증권 측은 야간증시 활성화를 위해 3~5% 정도의 가격 변동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가격 변동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거래가 증가하기 힘들고 결국 국내의 ECN은 존립 기반을 잃게 되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ECN 매매가격 변동 허용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간증시 살리자고, 국민들로 하여금 밤낮으로 주식에 매달리도록 해서야 되겠느냐"는 반대론 때문이다. ECN의 가격 변동 허용에 대해서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ECN증권은 그러나 시스템 부문에서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촉박한 개장 준비 일정 때문에 당초 적지 않은 우려를 받기도 했지만 한국ECN의 매매시스템은 개장 이후 한달여 동안 단 한건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아 높은 안정성을 과시했다.

한편 한국ECN증권은 현재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00종목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등 250개 종목에 국한되는 거래 대상종목을 오는 4월1일부터 거래소 및 코스닥 전 종목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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