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각과 여권 역학관계

1.29개각은 일면 여권 내부의 역학구도와 무관하거나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단행된 개편이라는 점에서 어느 인선보다 표면적으로는 '탈(脫)정치색'이 두드러졌다는 점 때문이다.

정치권은 그 예로 정치인 출신 장관을 당으로 돌려보낸 것과 정통 경제관료 출신 인사의 등용을 대표사례로 꼽고 있다.

그러나 권력중심축의 이동이란 측면에서 볼 때 예사롭지 않은 모습도 엿보인다. 이는 정치권 안팎의 반발을 무릅쓰고 박지원 전 수석이 정책특보로 재임용된 것이나 야당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했던 신건 국정원장을 유임시킨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현 정부의 '개국공신'이자 민주당의 주류인 동교동계와 동지 내지 혈맹 관계를 유지해 온 인물들이다. 정치권은 "향후 박 특보가 청와대의 국정 조정역할을 맡고 신 원장이 국정원의 내정 지원 역할을 수행, 당.청간 유기적 관계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동교동계인 남궁진 문화관광부 장관을 유임시켰다는 점도 권력축간의 유기적 관계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지적이며 이들 모두 한광옥 민주당 대표와 손발이 맞다는 점에서 '1.29개각=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의미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번 개각과 맞물려 동교동계가 내부 결속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민주당내 소장.쇄신파들로부터 쇄신대상 1호로 지목됐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개각을 앞둔 지난 25일 귀국, 정치재개를 서두를 태세인데다 그간 껄끄로운 관계였던 한화갑 고문과 회동까지 하며 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고문의 측근은 30일 양갑(兩甲)회동 직후 "앞으로 (동교동계) 신.구파니 하는 얘기가 안 나오도록 하고 또 협의사항이 있으면 그때그때 연락해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윤철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도 눈길을 끈다. 전남 목포 출신인 그는 그동안 권력핵심인 호남인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당.청을 오가며 경제분야와 비경제분야의 조정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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