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박 헛꿈'들뜬 농촌

농한기인 요즘 일부 농촌에 주식.경마.카지노 등 '대박 바람'이 불고 있다. 연일 초강세인 주식에 투자하거나 정선 카지노를 찾는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금요일부터 4, 5명씩 짝을 지어 경마장.경륜장을 찾아 과천과 마산까지 달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영양지역 경우 수비.일월면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선 카지노에서 재미를 봤다"는 얘기들이 떠돌면서 주말과 휴일이면 짝을 지어 정선 카지노 관광에 나서는 사람들이 드물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선은 2,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여서 관광을 목적으로 갔다가 결국 사행심리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수비면 권모(47)씨는 "정선 카지노에서 200여만원을 잃었다"며, "잃은 돈보다 농민으로서 느끼는 소외감과 허탈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정선 카지노까지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봉화 석포면에서는 작년 10월 50대 남자가 2천여만원을 땄다는 소문이 난 뒤 카지노 열풍이 불어 일부 상인들과 회사원은 물론 주부.농민들까지 대박을 노리고 평일에도 카지노로 원정을 간다는 것.

김모(47)씨는 "가요주점을 하던 40대 중반의 여성은 정선카지노에 놀러 갔다가 20여만원을 잃은 후 점차 카지노에 빠져 500만원 넘게 탕진한 뒤 가게를 포기하고 떠났다"고 전했다.

대박을 노리는 발길은 카지노뿐이 아니어서, 지난 25일 오후 6시쯤엔 영양읍 김모(63)씨 등 3명이 마산 경륜장으로 주말 대박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한달에 한두번 꼴로 경마나 경륜에 참가한다며, "겨울이라 특별한 일거리도 없고 요즘 같아서는 영농의욕을 갖기도 힘들어 바깥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주가가 한때 780선을 돌파하는 등 치솟자 농민들이 다시 주식시장에 기웃거리기 시작하고, 구조조정으로 한동안 뜸했던 공무원 사회에서도 최근 이런 분위기가 되살아 나고 있다.

입암면 최모(43)씨는 "농촌에 인터넷 보급이 늘면서 주식.복권 등 대박을 꿈꿀 기회가 늘었다"며, "이를 이용해 석달 전부터 주식에 투자해 재미를 보고 있지만 나 외에도 주위에서 여러명이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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