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에 신춘문예 표절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조선일보는 30일자 문화면 보도를 통해 올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으로 발표했던 나홍련(59.경북 김천 출생)씨의 작품 '겨울판화'의 당선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 작품이 1989년 매일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겨울판화'를 부분적으로 표절했으며, 응모자 나씨도 조선일보의이같은 당선 취소를 수용했다는 것.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심사위원 윤금초씨(시조시인)는 "작품의 배경이나 주제 .소재는 물론 시적발상과 일부 시어(詩語)까지 차용하고 있어 표절시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당선취소 이유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윤씨는 문학작품에 얽힌 표절 시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표절 악습'의 싹을 잘라 표절행위가 관행이나 타성처럼 번지게 될 우려와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당선을 취소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문단에 데뷔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하고 역량만 있다면 등단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문학활동을 할 수도 있지만,일간신문 신춘문예를 향한 문학지망생들의 열기는 여전하다. 그만큼 표절시비도 간단없이 이어져 왔다.
문단의 등용문 제도인 우리나라 신춘문예 표절의 역사는 일제 때인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당 최남선이신춘문예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자신이 주관하던 '청춘'지에서 단편소설.시조 등 6개 부문에 현상공모를 했고,이때 공모한 단편소설 당선작이 표절로 드러났던 것.
그 소설은 당시 춘원 이광수가 극찬한작품이었다. 일간지의 신춘문예는 1925년 비롯됐고 그후 대다수 신문사로 확산되면서 우리 문학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그후 1960년대 중반에 남의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응모해 당선된 문학지망생이 있었고, 1970년대 중반에는 한 시인 지망생이 기성시인의 작품 중 몇줄씩을 빼내 모자이크처럼 엮어 응모해 당선됐다가 취소되기도 했다. 표절 뿐만 아니라 모작 (模作).대작(代作)의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현재 우리 문단인구의 1/3 가량이 신춘문예 출신들이다. 그들이 등단후에 이룬 문학적 성과의 기반은신춘문예를 향해 갈고 닦았던 피나는 문학수업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학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함량 미달의 작품에 당선의 영예가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2001년도 매일신춘문예 동화 부문의 경우 당선작이없었던게 좋은 예이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의 손에 남은 두작품이 다른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기성작가의 작품이었다.
문단의 한 관계자는 "문학의 순수성보다는 등단을 입신양명에 필요한 자격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표절행위가 이따금씩 불거져 왔다"며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교묘히 진행되는 표절도 많다"고 지적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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