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여러 사람이 다 같이 보고 있다'의 십목소시(十目所視)는 세상 사람들을 속일 수 없다는 뜻. 하지만 대중문화 생산자들은 전략적으로 소비자인 고객을 속이고 싶어한다. 대중은 선동에 약하고 변덕스럽고때로 사악하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문화를 대하는 대중의 근본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문화는 인간이 선한 심성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영화관에서 주인공이 악을 무찌를 때관람객이 박수를 치는 것이나, '햄릿'을 보고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그들에게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곡마단 소녀의 줄타기가 공연물이 되는 이유도 그렇다. 소녀가 떨어지면 안 된다는인간의 본능적 선함이 집단적으로 작용하여 공연물에서 눈을 떼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에 깔려있는 안전그물을 제거하고, 식인상어가 우글거리는 곳을 선택하며, 근육질 남자보다 가녀린 어린 소녀에게 줄타기를 시키는 것도 결국 인간의 '측은지심'을 자극하여 공연물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어느 철없는 가수가 대중을 평민이라고 말했다지만 대중이 열심히 노력한 까닭은 귀족의 전유물이던 여가를 쟁취하기 위해서였다.그들만이 즐기던 문화를 함께 즐기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선민의식이 강한 상류계층은 대중과 어울리기를 꺼렸고 대중문화를 천박하고 저속한 것으로 치부하였다.'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문화'를 고급문화라 칭하여 또래문화를 형성하였고, 고급문화의 후원자가 되는 것이 상부계층으로의 진입카드인양 행세했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스폰서에 의해 유지, 발전되어 온 문화. 대중문화의 꽃인 스타의 외제차나 억대의 전속금도그들보다 훨씬 가난한 대중의 주머니 돈이 출처다.

1989년 '인디언 인형처럼'의 가수 나미와 함께 랩을 하며 춤을 추던 버젓동자 머리의 붐붐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을 것 같다. 이 중 한 명으로 연예제작자로 성공한 신철은 유승준이 미국에서 보낸 자신의 모습과노래가 담긴 비디오를 보고 반했다. 한국말이 너무나 유창하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평민(?)의 아들만이 간다는 군대를 미국시민권 획득이라는 합법적 방법으로 거부했다. 그리고 대중의 변덕을 믿는다는 듯 팬들의 비난에 정면 돌파하겠단다. 대중은 선하여 잦은 용서를 남발하지만 철저히 미워하는 것도 있는데…. 유승준은 이를 모르고 있는 것일까.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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