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선조들은 효자의 조건으로 '노모에게는 책비(冊婢), 노부에게는 입담꾼'을 꼽았다. 늙은 어머니에게는 책 읽어주는 계집종을, 늙은 아버지에겐 우스개 이야기를 잘 하는 떠돌이를 들여 즐겁게 해 드리는 게 효도를 잘 한다는 얘기다.
그 대가는 이야기를 듣는 노인을 얼마나 많이 울려서 눈물을 흘리게 했는가로 값이 오르내렸다고 한다. 수건을 한 장 적셨을 때 '한 짠보', 석 장을 적시면 '석 짠보'라고 책비를 평가했다. 말하자면 요즘 신종 직업인 '실버 시터'의 전통적인 형태였던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도 남자 72.1세, 여자 79.5세로 높아지고, 재작년에 이미 65세 이상 고령자가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 세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노인 문제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대책에 대한 논의도 차츰 활기를 보이고 있지만, 고령화 사회가 되면 국가의 생산력이 떨어지고 복지 비용도 늘어나 갖가지 사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요즘 여전히 청년 취업이 심각한 가운데 노인 취업은 크게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1998년 이후 매년 10만명 전후의 노인들이 취업, '노인 취업자 400만명 시대'도 눈앞이라 한다.
눈높이를 낮춘 은퇴자들의 재취업 의욕이 높은 데다 고용을 원하는 사업체도 늘고 있다 한다. 아예 '60세 이상 우대'를 내세우는 경우마저 있으며, 그 영역도 경비·청소에서 운전사·주유원·택배원·식당종업원·간병인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노인 고용촉진 장려금 지급이 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젊은이들보다 임금은 낮지만 업종에 따라 노동의 질이 되레 높고 책임감과 성실성도 앞서기 때문이란다.
젊은이들은 월급 다음날이면 결근하기 일쑤지만 노인들은 그런 일이 절대 없고, 유사시에는 밤샘을 하는 희생정신도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인들이 창업하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는가 하면, 그들에게 걸맞은 새로운 직종을 개발하는 분위기도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취업의 문이 좁아 청년 실업이 급증하는 점을 떠올린다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1월 현재 청년 실업자는 34만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170만명을 오르내리던 전체 실업자가 71만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나 청년 실업은 계속 늘고 있는 현실이다.
청년들의 눈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없지 않으나, 이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노인들의 취업도 계속 늘어나야겠지만 청소년들에 취업의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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