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하필 그런 外國교수를…

"니 서울로 유학 갔다며. 어느 대학 갔노?" "서울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래 서울 간 거 안다. 서울 어느 대학 말이고?" 대학 신입생과 촌로간의 대화 한 토막이다.이젠 '서울의 대학'이 '서울대'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선호도가 높을 정도지만, 서울대를 둘러싼 기형적 입시 열풍과 점수따기 위주의 입시 경쟁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돼온 지는 오래다. 그러나 그 서울대마저 미국의 주립대 중하위 수준이며, 교수 논문 발표량도 세계 120위라는 사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최근 들어 우리 대학들도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학자들을 비롯한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서울대의 경우 올해부터 2005년까지 해마다 100명씩 모두 400명의 외국인 교수를충원할 계획으로 교육부에 별도 정원 책정과 별도 예산 배정을 요청하는 등 추진에나서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는 전국의 대학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성균관대가 동아시아학술원에 3월 개설하는 국내 최초의 '동아시아학' 협동과정 대학원에 초빙되는 두 외국인 학자의 학문 분야와 성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재작년 정년 퇴임한 제임스 팔레 교수와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의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는 둘 다 한국사 전공으로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자이며, 팔레 교수에겐 동아시아학술원 원장까지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역사학계에서는 '동아시아학'이라면 다른 분야도 많은데 굳이 가장 자주적이어야 할 한국사 분야에서, 그것도 비슷한 견해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두 외국인 학자를 불러올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성균관대 측은 '그들의 학설이 문제가 된다면 이번 기회에 다시 본격적인 논의를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학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변명했다지만 과연 옳은 선택일까.

▲우리나라 대학들이 세계화를 시도하면서 국제적으로 탁월한 학문적 업적과 명망을 가진 학자들을 초빙해 그 위상을 높여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외국인 교수 채용은 학생들의 국제화에 도움이 되며, 국내 교수들과의 공동연구로 학문의 수월성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도 옳은 일이다. 일본의 도쿄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 교수를 채용(현재 10% 수준)해 국제화에 성공한 경우이지 않은가. 그러나 어디까지나 우리의 전통과 실정에 맞고,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이 전제돼야만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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