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묵으로 보는 겨울풍경

설을 앞둔 대구 남산동 주택가는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한 듯 하다. "쓸 곳은 많은데 모아둔 돈은 없고…" 빠듯한 살림살이에 부모님 선물과 아이들 설빔까지 챙기다 보면 서민들의 걱정은 더욱 커져간다.

골목골목을 다녀보면 강아지 짖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예전과 다름없지만 어른들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거나 쥐꼬리만한 월급봉투를 아내 손에 쥐어주는 가장들의 가슴은 얼마나 시꺼멓게 변할까. 누구는 한병에 수백만원하는 양주를 상자로 사고 백화점의 외제 상품을 싹쓸이한다는데, 얼마안되는 수입마저 떼이고 못받는 세상이라니….

이집저집에서 내뿜는 한숨이 하늘에 가득 퍼져 스산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걸까. 다닥다닥 붙은 담 사이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서민 동네의 무게에 짓눌린 필자의 유치한 감상에 불과한 걸까.

현실이 고달프고 암담하다지만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다. 뭔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쳐야 하는 게 삶이 아니겠는가.화가의 가슴은 훨씬 더 뜨거웠다. 한국화가 최우식씨는 "새벽녁 동네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를 통해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다"고 작품을 설명한다.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지난해에 가졌던 소망을 올해 또다시 빌어보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 열심히 살다보면 내년 설에는 훨씬 나아지겠지…"

글:박병선기자

그림:최우식(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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