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세이(平成)불황 탈출 절호의 기회를 잡아라". 월드컵 특수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기대는 뜨겁다 못해 간절하다. 89년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 즉위 이후 계속돼 온 장기불황 속에서 치르게 되는 이번 월드컵이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폭제가 되기를 전 일본인들은 기대한다.
일본 기업들의 기대가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님은 산술적 수치에서도 단번에 확인된다. 일본 굴지의 광고대행사 '덴쓰'(電通)산하 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일본축구 대표팀이 예선리그에서 떨어지더라도 3조1천억엔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아울러 8강에 오르면 3조3천억엔, 결승에 진출하면 3조6천억엔까지 경제 효과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경기장 건설과 같은 대규모 비용에서 관광객의 식음료 및 관련상품 구매액까지 치밀히 반영한 계산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한국의 월드컵 생산유발 효과 11조5천억원보다 세 배 가량 더 많다. 또 최근 나온 영국계 HSBC증권 토쿄지점의 올해 일본 경기전망도 경제계를 들뜨게 하고 있다.
월드컵대회 개최효과로 금년 GDP(국내 총생산) 성장률이 평균 0.3% 상승, 불황 탈출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한 것. 경제전문가들은 "물가가 뒷걸음질치고 소비는 얼어붙은 전형적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GDP 0.3% 상승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며 "월드컵은 분명히 일본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 반겼다.
이런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듯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일본의 비즈니스 열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입장권을 미처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판촉행사는 기업들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 경기관람을 함께 묶은 여행상품까지 등장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입장권을 경품으로 내건 일본의 맥도날드, 닛신 식품은 "작년 12월 본선 조 추첨 이후 고객들의 응모가 급속히 늘면서 매출도 덩달아 뛰고 있다"며 월드컵 마케팅 성공에 자신만만한 모습.
상품정보 전문지 월간'트렌디'는 올해의 히트 예상상품 1위로 월드컵 관련상품을 꼽고 이들 상품 중 상당수가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일반상품 뿐만아니라 첨단미디어, 정보가전에서도 신규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며 초박형 TV, 위성방송, 인터넷 매체가 특히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점쳤다.
이러한 예상 때문인지 다채널 위성방송의 선두주자 스카이 퍼펙트TV는 월드컵에 사운을 걸고 있다. 135억엔이라는 거액을 들여 전경기 방영권을 확보, 가입자에게 무료 방송하기로 한 것. 이 회사는 "다채널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있어 결코 비싼 투자가 아니다"며 "월드컵을 계기로 신규가입이 40만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는 지자체도 예외는 아니다. 농산물이 주소득원인 이바라키(茨城)현은 최근 월드컵에 따른 현내 경제파급 효과만 773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경기장 증축.도로 정비 등에 들인 508억엔보다 270억엔이나 더 많은 액수로 '흑자 대회'의 꿈을 부풀게 하고 있다.
히로시 히라츠카(平塚博) 이바라키 월드컵개최 준비실장은 "대회 기간중 외국인 4만여명을 비롯, 12만명의 관중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명도 향상 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득도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를 치르는 10개 도시는 월드컵이 자기 고장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일찍부터 각국 대표팀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체제비.경호비 등을 보조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이미 22개 팀이 정식계약을 하거나 할 예정이다. 이들 가운데는 프랑스, 남아공 등 한국에서 예선전을 갖는 국가도 6개 팀이나 된다.
한편 재정난을 걱정하고 있던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JAWOC)도 요즘 뜻하지 않은 횡재에 즐거운 표정이 역력하다. 그 횡재는 바로 해외입장권 판매대금과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받는 분배금. 달러 베이스로 결제되는 이 수입금이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고 있는 엔화 약세 덕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JAWOC은 당초 달러당 엔화 환율을 108엔대로 잡고 607억엔으로 '알뜰대회'를 치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율이 135엔대로 치솟자 가만히 앉아서 36억엔의 가욋돈을 챙기게 된 셈. 사정이 이렇게 나아지자 지난해 JAWOC으로부터 1억엔씩의 추가지원을 강요당했던 10개 개최도시에서 반환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엔도 야스히코(遠藤安彦) JAWOC 사무총장은 "현재와 같은 엔화 약세 경향이 지속되면 예상보다 외화기준의 수입이 증가, 흑자대회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직기자 jig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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