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 초병이 어제 새벽 괴한 2명에 의해 흉기에 찔리고 손발을 묶인채 소총 2정을 탈취당하는 실로 해괴한 사건이 일어났다. 도대체 경계근무를 어떻게 서기에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수방사가 뚫린 것은 청와대가 뚫린 것이요, 청와대가 뚫린 것은 대통령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된다. 대통령의 근위대인 최고의 군부대가 제집 울타리 하나 못지켜 초병이 얻어터지고 총까지 뺏길 지경이면 각 지역의 후방부대는 오합지졸이란 말인가? 국민의 철석같은 신뢰가 후두둑 떨어질까 두렵다.
군인이, 그것도 초병이 총을 빼앗기는 것은 곧 초전(初戰) 패배를 의미한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영천 모 부대에서 초병 두명이 괴한에게 두들겨 맞고 M16 소총과 공포탄을 빼앗긴 사건과 그 상황이나 풀어진 근무기강에서 똑같다. 초병이 근무를 잘 서느냐 못서느냐에 따라 부대원의 생명과 시설이 죽고 살며, 그것은 곧 국가안위에 직결된다.
우리는 잇따른 초소피습사건에서 군기강 해이가 우려스런 수준에 왔음을 읽는다. 이것도 '햇볕'의 영향인가? 지난 68년 "청와대 까러왔수다"라는 김신조 일당의 서울 침투사건을 직접 겪은 국민들이라면 이번 수방사 피습사건에서 많이들 그때를 떠올렸을 것이다.
범인들의 전문적이고도 대담한 수법을 볼때 불순한 우리는 무리들이 사회불안 야기 또는 다른 범죄에 악용할 목적일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느낀다. 군부대측은 실탄이 없어서 이렇게 됐다고 변명하지만 우리는 총기사고 날까봐 실탄을 안줬을 뿐이고, 또 실탄을 줬으면 실탄까지 뺏길뻔 한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전군 특히 후방부대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호들갑을 떨어 출입·면회하는 민간인들에게 딱딱한 분위기만 연출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후방방위는 무릇 소리·소문없이 해야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각 도시는 그 어느때보다 '만점치안'을 지향해야 할 시점이다. 빠른 검거와 문책, 편안하고 완벽한 경비에 최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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