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산맥을 가다-(6)톈산-(3)포에다봉 탐사

톈산산맥의 최고봉인 포베다와 미봉인 칸텡그리를 향한 탐사가 시작됐다. 작년 7월20일 오전 옛 소련제 군용 헬기의 둔탁한 굉음에 몸을 싣자 끝없이 이어진 만년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빙하, 만년설릉의 날카로운 곡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같은 장관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때 옹기종기 톈트가 모여 있는 칸텡그리 북벽 베이스 캠프에 헬기가 내려앉았다. 탐사대의 눈 앞에는 3,000m를 수직으로 솟은 칸텡그리봉의 북벽이 톈산 맹주의 당당하고 위엄있는 자태를 과시하고 있었다 .

베이스캠프는 북 이닐체크빙하(세계에서 두 번째 긴 빙하)의 최상류 칸텡그리 북벽 바로 아래 고도 4,100m 지점에 자리잡고 있었다. 순백색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날카롭고 거무튀튀한 빛깔의 돌무더기로 덮여 있는 퇴석빙하지대는 흙과 돌이 뒤섞인 채 빙하에 밀려 내려와 생긴 것이라고 한다.

빙하지대를 한참 둘러보다 돌아오니 경사진 빙하 위에 위태위태하게 서 있는 톈트 옆으로 용빙수(溶氷水)가 크레바스 속으로 우렁찬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어 마치 몸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강한 흡인력을 느꼈다. 순간 온 몸에 오싹 소름이 돋고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이날 밤 내내 천둥이 치는 듯한 눈사태 소리와 낙석이 굴러 떨어지며 내는 소리가 탐사대원들의 곤한 잠을 방해하며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21일 헬기를 타고 국경을 넘어 남 이닐첵 빙하에 위치한 키르기스탄령의 칸텡그리 남면 베이스캠프로 이동했다.

남 이닐체크빙하 베이스 캠프에서 북동쪽으로는 칸텡그리가 횃불이 타오르는 모습으로 솟아 있었고, 남쪽 즈베즈도카 빙하 쪽으로 중앙톈산의 최고봉 포베다(7,439m)가 날카로운 봉우리를 이루지는 않았지만 빙하로부터 3,000m 솟아오른 뭉툭한 모양으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22일 전날의 즈베즈도카빙하 탐사를 마지막으로 칸텡그리 일정을 마무리하고 헬기에 올라타 차창 밖으로 멀리 사라지는 두 거봉을 바라보며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칸텡그리 북벽을 처음 바라볼 때의 웅장하고 위엄 있는 모습과 즈베즈도카 빙하 탐사를 하면서 입을 쩍 벌려 세상을 모두 쓸어 삼킬 것 같던 끝이 안 보이는 크레바스를 넘던 일, 푸르뎅뎅한 빙하호 속에 처박혀 냉전의 그늘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소련제 군용 헬기와 밤에 끊임없이 이어지며 이방인들을 위협하던 눈사태와 낙석 소리 등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칼카라 베이스로 돌아온 탐사대는 1시간에 3달러씩을 주고 말을 빌려, 두어 시간 동안 긴장하며 재미있게 탔다. 이후 식당에 2002 한.일 월드컵 홍보 포스터도 붙이고 해발 2,100m에서는 쉽지 않은 축구를 하는 여유를 만끽했다.

23일 하루종일 차량을 이용해 키르기스스탄으로 이동해 이시크쿨 호수(세계에서 2번째로 큰 염호(鹽湖)로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665m, 수면 고도 1,606m이며 바다와 같이 수평선이 보이고 염분이 있는 호수)에서 배를 빌려 타고 두어 시간 호수를 따라 뻗어 있는 중앙 톈산의 테르스케이 알라타우산맥을 조망했다.

이어 카라콜시에 위치한 유르트 캠프에서 2박을 하면서 1888년 톈산산맥 조사 중 이곳에서 병사한 탐험가 NM프르제발스키를 기념한 박물관과 우리나라 오일장 같은 카라콜 시장, 그리고 인근에 있는 제티오구스 국립공원을 돌아보았다.

25일부터는 카라콜 인근에 있는 알라샨 계곡으로 이동한 후 팔라트카 산을 오르고 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 알미티로 들어간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