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두번째 한국방문을 앞두고 19일 주일 한국 특파원단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일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일간의 왕성한 인적, 경제적 교류 및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예로 들며 양국간 일시적인 대립을 극복하고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월드컵 이후 야스쿠니(靖國) 참배로 한·일 관계가 다시 냉각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월드컵 이후에도 한국과의 우호협력 관계의 흐름이 멈추어서는 안되며, 멈출 생각도 없다"고 말해 야스쿠니 참배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4월 총리에 당선된 직후 각종 기자회견과 간담회 등을 통해 8·15 '종전기념일'에 야스쿠니를 방문하겠다고 공언했던 태도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지난해 10월 첫 한국방문을 통해 극도로 냉각됐던 한·일 관계를 어느 정도 복원시켜 놓은 만큼 올해 야스쿠니를 다시 참배해 어렵사리 조성된 양국의 우호관계를 되돌려 놓는 '무리수'는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회견중 "일본은 몇 백년전 훌륭한 한국의 문화를 도입해 발전시켰고, 선조대대로 양국간 인적교류가 많았다"고 한국을 배려한 언급을 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계할 대목은 고이즈미 총리가 "어느 나라의 역사를 봐도 일시적인 대립은 있으나 영원한 대립은 없다"는 말로 한·일 과거사를 으레 '있을 수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역사인식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정도에 머문다면 최근 발족한 한·일 역사공동위원회의 역할과 기능도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발족한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문제와 관련 "역사연구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반성해 가면서 양국의 문화, 역사, 교류면에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면서 한국, 미국과 대북문제를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나 "북한은 교섭과 대화를 하는데 어려움이 느껴지는 상대"라고 지적,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의 인양 및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에 강경대응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한·일 경제 제휴협정을 목표로 인적교류와 경제협력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해 양국간에 거론돼온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간접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동북아 안정을 위한 대북문제를 김대중 대통령과 얼마나 조화롭게 다뤄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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