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세계속의 '떡잔치'

다소 생뚱맞은 질문이지만 '파리 세느강이 왜 유명한가'라고 물어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온다. 세느강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도 가슴 속에는 이미 촉촉한 감상에 젖어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주범은 시인 아폴리에르다.

'세월도 흐르고 강물도 흐르고, 우리의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른다'며 세계인의 심금을 울려놨으니 세느강의 명성은 그냥 공차를 탄 셈이다. 덕분에 미라보다리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세계화의 이데올로기가 불길처럼 확산되고 있지만 세계인은 지역화에 또한 목말라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지역적이고 토속적인 것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유산을 물려받아도 후손들의 연구 개발과 미화(美化)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세계적 명성은 얻어지지 않을 것이다.

▲'경주한국의 술과 떡잔치'가 '세계속의 우리의 맛, 멋, 그리고 흥!'을 주제로 5일까지 경주보문관광단지 내 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 벌어진다. 지방별 술 70종류와 떡 60종류가 전시되고 경주시와 자매도시인 일본의 우사시.간자끼정, 중국의 서안시와 전북 익산시의 떡 제조단이 참가하여 그 지역의 술과 떡을 선 보이는 세계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미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비롯 봉화송이축제, 청도소싸움축제가 국제화에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우리민족의 희로애락이 묻어있는 술과 떡의 세계화는 또다른 민족적 자부심이 될 것이다.

▲떡 문화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백결 선생이 가난하여 설에도 떡을 하지 못하자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떡방아 소리와 비슷한 거문고를 탔다는 일화가 삼국사기에 남아있는 우리 민족이 아닌가.

조선시대 문헌에 수록된 떡의 종류를 요약하면 첫째가 시루떡이고 둘째가 친떡으로 인절미가 대표적이다. 셋째가 지진떡인데 진달래꽃.국화꽃 등을 붙여 지진 것으로 화전이라고도 한다. 넷째가 삶아 건진 떡이다.

▲떡이름도 다양하여 곰취떡, 구름떡, 쑥편, 버무리떡. 콩설기. 부꾸미, 두텁떡. 백편, 수수도가니. 쇠머리떡, 웃기떡, 쑥굴레, 좁쌀떡, 오그랑떡, 개피떡, 쑥버무리, 증편 등 하나같이 재미있다.

그 떡 하나하나에 선조들의 예술 정신이 점점이 배어있으니 '남의 떡이 커보이는' 만큼 '그림의 떡보듯'하지 말고 축제의 현장을 찾아보는 것도 남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개인의 관심이 곧 세계화의 지름길이 아닐까.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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