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 평생 그림만 그려온 원로화가 전선택(81)씨에게 물어봤다. '그림은 과연 무엇입니까?'"그림은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그냥 즐거워서 하는 일이죠.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후회한 적도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저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강해집니다".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거둔 사람이라 하더라도 쉽게 하기 힘든 말이 아닌가. 항상 고독과 동반해야 하는작가의 길이 힘들다지만 성취감은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의 작업실은 수성구 신매동 아파트의 방 한칸이었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거실과 방에는 그림이 가득 쌓여 있어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림이 팔리지 않아요…. 너무 앞선 그림을 그리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그의 작품이 뛰어나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안다. 시대를 앞선 그림이라는 게 옳을 것이다. 자신의 느낌을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기법으로 자유스레 표현하면서 70년대 중반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왔다. 한 미술평론가는 "대구에 이만한 작가가 있다는 게 놀랍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그런데도 그림이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데 안타까움이 앞선다.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먼 작품 경향 탓이겠지만, 꼿꼿하고 강직한 그의 성격도 한 원인일 것이다.
그는 오는 9월쯤 예송갤러리에서 스물네번째 개인전을 열기로 했지만 판매에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들어 영혼, 소리, 민족의 저력(底力)같은 추상적인 소재를 즐겨 다룬다. 초록이나 노랑, 오렌지등 밝은 색깔을 화면에 깔고 기기묘묘하고 꿈을 꾸는 듯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화면에는 갖가지 상념과 환상, 메시지가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린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겠습니까.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나름의 방법으로 표현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사회적 이슈를 화면에 담아온 것도 그의 특징이다.
구소련시절 사하로프 박사의 유배 , 선(善)한 사람들의 세상, 사회의 목탁, 지구촌의 아이들 등의 소재를 자신의 시각으로 표현해왔다. 평북 정주에서 태어나 지난 46년 월남한 경험 때문인지 이산가족의 한, 떠도는 나그네의 모습 등도 그의 주요한 테마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5시간씩 작업을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반까지 캔버스 앞에 붙어앉아붓질하고 마르길 기다리고, 또다시 붓질을 한다. 꼼꼼하고 세밀한 작업 방식으로 인해 한점을 완성하는데 1, 2달정도걸린다고 했다.
"아직도 그림 실력이 느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도 노력 정도에 따라 깊이가 더해지고 색감이 무르익는 듯한 느낌이듭니다. 이 때문에 다시 태어나도 화가를 하겠다는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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