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집안 일, 남편시중, 아이들과의 전쟁…. 전업 주부들은 심란하고 피곤하다. 그래서 그녀들은 '외출'을 꿈꾼다. 그것도 햇볕 쨍쨍한 대낮이 아니라 때로는 어둠이 스며든 거리로. 하루쯤 저녁 준비와 아이들 뒤치다꺼리, 남편을 기다리는 일상에서 해방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이기에 주부들도 친구들과 저녁시간에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느긋하게 커피도 마시고 싶고 동창모임에도 가고 싶고 대작이니 외설이니 하는 심야영화를 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아내들의 야간 외출은 쉽지 않다. '아내의 야간 외출 절대불가'를 고집하는 남편들의 이유와 아내들의 항변을 들어보았다.
♣신문사회면형="집밖으로 나도는 아줌마, 뻔하잖아요. 춤바람, 묻지마 관광, 고스톱에 술판…". 결혼 17년 동안 아내의 저녁 외출을 허락해본 적이 없다는 한 40대 남편의 말은 확실히 신문의 사회면에서 영향을 받은 듯 하다. 그에게 '집밖의 아줌마'는 곧 '사건으로 얼룩진 아줌마'일 뿐이다.
♣'남편은 왕'형="종일 힘들게 일하다 들어왔는데 저녁 챙겨주는 마누라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내가 무슨 홀아비인가". 자신의 바깥일이 아내를 먹여 살리고 아이를 키우는 요체인 만큼 아내는 감사한 마음으로 갖가지 남편 시중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형. 특히 50대 이상 남편들 사이에서 많이 발견된다.
♣답습형="제 어머니가 밤 외출하는 모습을 한번도 본 일이 없어요". 아버지나 어머니가 밤 외출을 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남편들은 아내들의 밤 외출을 이유 없이 거부한다. 또 남편 자신이 야간의 바깥 출입을 꺼리는 경우에도 아내의 야간 외출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 도대체 밤에 나가서 할 일이 뭐 있느냐는 것이다.
♣계속 확인형=집안끼리 잘 아는 친구와의 만남 등엔 마지못해 외출을 허락하지만 휴대폰이 불이 나도록 수시로 아내가 어디서 무얼하는지를 확인하는 남편. 이런 경우 아내는 친구들 보기가 민망해서 스스로 외출을 삼가게 되지만 그만큼 부부간 갈등도 깊어지기 쉽다.
어쩌다 있는 '명분있는' 저녁 외출마저 금지 당하는 아내들은 남편들의 정시 퇴근마저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저녁 내내 시중드는 일이 피곤하고 시시콜콜한 잔소리가 지겹기 때문이다. 30, 40대 초반의 아내들은 남편과 다툼을 꺼려 웬만하면 참지만 부부역학관계가 조금씩 바뀌는 50대 이상의 아내들은 남편 말을 무시하고 뛰쳐나가기도 한다.
아내의 저녁외출을 무조건 쓸데없는 일로 여기거나 심지어 불미스런 사고로 이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데 대해서 아내들은 신문의 사회면에 나타난 일그러진 아줌마상이 주부의 정체성이 아님을 강조한다. 또 남편이 조선시대 왕이 아니듯 아내들은 상궁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해왔다고 자평하는 한 주부는 아내의 마음을 가둘 수 있는 것은 외출금지와 같은 철조망이 아니라 남편의 다정한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달아나기 시작하는 아내의 마음은 높은 담이나 철망으로도 결코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적지않은 주부들은 자신들이 지쳤으며 심신의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녀들은 지친 아내가 삐딱하게 나가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는 사실을 남편들이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좌충우돌, 막무가내, 사소한 일에 딴죽걸기…. 남편들이 흔히 비판하는 아줌마의 특징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주부들은 입을 모은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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