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유혈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으나 '지구촌 보안관' 미국은 양측에 폭력자제와 타협만 촉구하고 있을 뿐 손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아랍권에선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공=이스라엘은 31일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와 요르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가진 TV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가차없이 공격, 테러를 근절시킨 다음에야 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이스라엘과 자유세계의 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앞서 샤론 총리는 각료들에게 "아라파트를 국외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정보 및 보안 기관 책임자들은 지난 4개월동안 라말라에 연금되어 있던 아라파트를 국외로 추방할 경우 그가 테러단체들과 공개적으로 공모,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며 아라파트의 추방을 반대했다. 이에 따라 샤론 총리는 이번 라말라 점령작전에서도 아라파트 수반의 벙커에 대한 공격만은 삼가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밤 탱크 60여 대를 앞세운 채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칼킬야에 진입, 이 도시를 완전히 장악했으며 베들레헴 인근에도 이스라엘군 무장 차량들이 집결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권 보복 천명=아랍권 국가들은 31일 이스라엘군의 아라파트 포위공격과 미국의 무대응 정책을 맹비난하며 모종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마르완 모아셰르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대사를 불러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국제감시단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슬람회의기구(OIC) 의장인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미국이 즉각 개입해 이스라엘의 라말라 침공을 중지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3대 정파 가운데 하나인 팔레스타인민주해방전선(DELP)는 아랍지도자들이 아라파트 수반의 봉쇄를 해제하고 미국의 이스라엘과 공모행위를 분쇄할 것을 요구했다. 이집트의 아흐메드 마헤르 외무장관은 아랍-이스라엘 평화협상의 주요 후원자인 미국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무대응을 꾸짖었다.
◇속수무책인 미국=미국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중동사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폭력 종식과 자제와 타협을 촉구하는 미국의 기본 전략에 변화 조짐은 엿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워싱턴에 있는 중동 전문가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추진한 미-팔레스타인-이스라엘 3국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협상에 버금가는 미국의 중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또 부시 대통령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폭력 종식 시한을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계 단절 등의 과감한 조치를 취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처방도 제각각일 정도로 해법 찾기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양측이 싸울 때까지 싸우게 내버려 두는 것도 일책이라는 극단론마저 나오고 있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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