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국 왕실 BBC '불경'에 화났다

영국 왕실이 공영방송 BBC의 '불경'에 화났다.영국의 찰스 왕세자(웨일즈 공작)는 지난 1일 할머니(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모후)의 서거를 불경스럽게 보도한 BBC방송을 비난했다. 그는 BBC에 대한 항의표시로 모친인 엘리자베스 여왕과 협의를 거쳐 민간 상업방송인 ITN을 통해 '멋진 할머니'에 대한 추모사를 발표했다.

우파 성향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BBC 출연자들만이 검은 넥타이 상복을 입지않은데다 다이애나 왕세자빈 사망 당시와 달리 모후 서거 보도 규모를 축소해 왕실의 불만을 샀다고 전했다. 왕실이 분노한 것은 BBC의 앵커 피터 시슨스가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검은 넥타이 대신 적포도주 빛 넥타이를 매는 등 조의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ITN과 스카이 등 민간 상업방송의 기자와 출연자들은 BBC와 달리 버킹엄궁이 여왕 모후의 서거를 발표하자 전통적 상복을 입었다. 영국 왕실 고위 관리는 "전체 왕실은 BBC의 불경스런 논조와 짧은 보도에 대해 실망했고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찰스 왕세자가 '멋진 할머니'로 표현한 여왕 모후는 사치와 낭비벽으로 유명했던 19세기 귀족가문에 태어나 씀씀이가 무척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모후는 왕실은행에서 400만파운드 이상을 초과 인출할 정도로 씀씀이가 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매년 200만 파운드를 보조했으며 찰스 왕세자도 연간 8만파운드를 지불했다고 2일 더 타임스는 전했다.

또 경제적 여건의 변화로 씀씀이를 줄인 다른 왕족들과 달리 여왕모후는 지난 52년 남편인 조지 6세가 서거한 이후부터 매년 국고에서 받아온 64만3천파운드를 모두 썼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지난달 30일 101세를 일기로 숨진 여왕 모후는 현금, 보석, 미술품, 도자기 등 모두 6천만파운드(약 1천200억원) 상당의 유산을 남겼다. 특히 왕세손 윌리엄과 그의 동생 해리 왕손 등 증손자들을 위해 1천900만파운드를 신탁금고에 예치, 상속세를 물지 않도록 배려했다. 윌리엄과 해리는 21세가 되는 생일에 490만파운드를 받게되며 40세가 되면 800만파운드를 받게 된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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