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理念 논쟁, 格을 높이자

민주당 대선 경선전을 벌이고 있는 이인제·노무현 후보의 이념 논쟁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가세함으로써 이념 논쟁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3일 대선 후보 출마선언을 하면서 "지금 급진세력이 좌파적인 정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고 발언, DJ정권을 좌파적인 정권으로, 노(盧) 후보를 급진 세력으로 몰아 세웠다.

민주당과 청와대측이 이에 반발 "냉전 사고에 젖은 수구세력의 해묵은 색깔 논쟁"이라 맞섬으로써 이념 논쟁은 확산되고 있다. 지난 며칠동안 민주당의 이·노 후보간에 이념 논쟁의 골이 깊어진 현 시점인 만큼 이 전 총재의 가세로 이념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이제 민주당내 문제가 아닌 여야간 핫 이슈로 부상한 느낌이다.

일부에선 이러한 이념 논쟁을 두고 해묵은 매커시적 수법의 등장이라고 매도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선 논쟁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지금 여야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념 논쟁이 단순한 색깔 논쟁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선후보가 자신이 갖고 있는 이념의 스펙트럼을 분명히 하고 진솔한 정책 공방을 통해 '표 몰이'를 하는것은 선진의 민주 국가에서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만큼 우리는 이념논쟁이 과거처럼 지역 감정을 유발하는 북풍(北風)식의 색깔 논쟁이 아니라 후보의 자질, 비전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됐으면 하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좌우(左右)의 대결 구도가 퇴조한 지금 이념 논쟁은 세계사적 조류에 동떨어진다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후보가 갖고 있는 이념의 뿌리가 좌파냐 우파냐에 따라 당선됐을때의 정책이 천양지차로 차이가 나는점을 감안할 때 "당신의 이념은 과연 무엇이냐"고 묻는것은 이 나라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만큼 우리는 대선후보들이 앞으로도 '당당하게' 이념검증을 해줄것을 기대한다. 다만 우리는 장인이 좌익이니 당신도 좌파 아니냐고 몰아치는 식의 논쟁은 피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보다는 상대방의 이념과 사상,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둘러싸고 충분히 소명하고 토론하는 마당으로 격상됐으면 한다.

이념 논쟁이 감정싸움이 아니라 후보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토론 마당으로 바뀔때 우리 정치 문화가 진일보하는 것임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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