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시간에 선생님들이 제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해 하셨지만 지금은 많이 자연스러워졌고 같은 반 학생들은 아예 할머니라 부르며 따르지요".
58세의 나이로 지난달 안동생명과학고에 입학한 전귀선(여.사진)씨. 대구사범병설중학교를 졸업한 후 42년만에, 그리고 자녀를 모두 결혼시켜 다섯 손주를 둔 할머니가 늦깎이 고교생이 된 사연은 우리네 부모들의 인생역정을 그대로 보여준다.전씨는 청도군 각북면 지실리에서 정미소를 하던 친정아버지가 사업을 위해 대구로 이사온 뒤 가세가 기울면서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20세를 갓 넘어 결혼한 경찰관 남편의 직장을 따라 경북도내 이곳저곳 옮겨 다니게 됐고 자식 3형제를 키우느라 숱한 고생을 했지요".
'법 없이 살 사람'이라는 남편이었지만 박봉의 생활고는 어쩔 수 없어 전씨도 부업전선에 나서 지난 97년까지 10여년 동안 자동차부품 회사에 다녔다.
"지난해 막내를 장가 보내고서야 겨우 여유를 찾아 70고개의 남편과 텃밭을 가꾸며 살 생각으로 대구에서 시댁인 군위군 우보면으로 이사했다"는 전씨는 그제서야 때놓친 학교생각이 떠올랐고 결국 안동생명과학고의 문을 두드린 것.
"난초와 알로에 재배 전문가가 꿈인데 졸업 뒤에는 힘 닿는데까지 원예농사를 짓고 이를 재료로 상품을 만드는 건강원을 낼 계획이지요".
그러나 남편과 떨어져 혼자 자취하며 생소한 교과과정을 3년간 계속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전씨는 "때늦은 학창시절이지만 학생들에게 만연한 개인주의를 해소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전씨는 "혼자 밥짓는 남편과 학교적응을 위해 각별히 배려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거듭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고 뒤늦은 학업에도 얼굴은 해맑기만 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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